“부분 파업요? 우리 죽습니다” 절박한 한국지엠 협력사들

입력 2020-11-02 16:54
한국GM노조가 부분파업에 실시한 지난 30일 인천시 부평구 한국GM 부평공장의 모습. 뉴시스

생사기로에 선 자동차 협력사들이 완성차 업체 노사에 올해 임단협을 둘러싼 갈등을 조속히 해결하고 생산 회복에 주력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올 상반기부터 코로나19에 따른 생산 차질로 일거리가 급감한 협력사들이 하반기 손실을 메우지 못할 경우 줄줄이 도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일 자동차 부품업계에 따르면 협력사들은 상반기 코로나19로 입은 타격을 만회하기 하기 위한 인원 추가 배치 및 투자, 특근 등 생산 극대화 방안 수립을 고민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생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완성차 노사의 임단협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에 따라 완성차 노사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여론에도 갈등 국면은 이어지고 있다. 한국지엠(GM) 노조는 지난 23일부터 임단협이 종료될 때까지 잔업과 특근을 거부하기로 했다. 지난 30일과 이날 전·후반조로 나눠 각각 4시간씩 부분파업도 실시했다. 오는 3일 교섭 진행 여부에 따라 추가 파업 결정도 가능한 상황이다.

한국GM의 협력사들은 울분을 토하고 있다. 1차 협력사 대표 A씨는 “손실 복구가 전혀 되지 않았다. 공장 가동 여부, 자금난 등 문제로 하루하루가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한 2차 협력사 대표는 “완성체 업체가 몇 시간 파업한다고 우는 소리를 내는 게 아니다. 생산 중단이 길어지면 아예 회사 운영이 불가능한 중소 업체들이 수두룩하다”고 했다.

한국GM노조가 부분파업에 실시한 지난 30일 인천시 부평구 한국GM 부평공장의 모습. 뉴시스

한국GM의 협력업체 모임인 협신회는 “한국GM의 하반기 생산계획에 맞게 많은 투자와 인원을 투입해 왔다. 생산이 중단되면 추가 손실을 입게 된다”며 “협력업체들의 상황을 보면 하루 이틀의 생산중단도 걱정스럽다”고 우려를 표했다.

협신회에 따르면 한국GM의 연간 생산량은 2017년 약 52만대, 2018년 44만대, 지난해 41만대 수준으로 감소해 왔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가 겹쳐 연 30만대를 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 상반기 한국GM의 생산량은 15만9426대로 지난해 동기 대비 30.9% 줄었다. 이에 따라 부품업체들의 납품액도 감소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GM의 부품업체는 1차 협력사가 276곳, 2차는 1000여곳, 3차는 1700여곳으로 추정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한국GM의 이번 부분파업에 따라 총 6700대가 생산 차질을 빚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협회는 “글로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시장 불투명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부품업체들의 유동성 위기는 전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완성차 업체의 부분파업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