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 우려 있다 하니 전자보석으로” 김봉현 청구, 인용될까

입력 2020-11-02 16:22
김 전 회장이 지난 16일 변호인을 통해 공개한 입장문. 연합뉴스


‘라임 사태’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조사 과정에서 검찰에 ‘전자보석’ 청구에 협조해달라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2일 전해졌다. 하지만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로 구속돼 있는 김 전 회장의 전자보석 청구를 법원이 인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김 전 회장은 전자보석을 청구하고 싶다는 의사를 자주 피력해왔다. 그는 언론에 공개한 1차 입장문에서 “적극적 피해 회복과 방어권 행사를 위해 보석을 요청할 예정”이라며 “최근 시행 중인 전자보석으로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2차 입장문에서도 “전자보석을 만들어 놓고 활용도 못할 거면 뭐하러 만들었냐”며 “더 이상 숨길 것도 없이 털렸는데 무슨 증거인멸할 게 남아 있겠냐”고 주장했다.

전자보석은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손목시계형 전자장치(전자팔찌) 부착을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하는 제도로 지난 8월 5일부터 시행됐다. 본인이나 변호인이 청구하면 법원은 도주 우려 차단 등을 고려해 재택구금, 외출제한 등의 조치와 함께 부과할 수 있다.

다만 김 전 회장이 벌였던 도주 전력과 증거 인멸 정황 등을 고려하면 법원의 인용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 출신 정태원 변호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전자보석이더라도 인용될 가능성은 낮다”며 “중요한 참고인들에게 진술을 회유하는 등 증거 인멸 우려도 있고 무엇보다 실제로 도주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주요 증인에 대한 신문이 끝나거나 사실관계가 대체로 확정되면 인용되기도 하지만 지금은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이 진행되고 있어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5개월간 도피 행각을 벌이다 지난 4월 23일 서울 성북구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김 전 회장은 위조한 주민등록증을 제시하며 경찰과 몸싸움을 하는 등 저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석 청구 조건으로 검찰조사 협조를 내건 것도 번지 수를 잘못 짚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민영 형법 전문 변호사는 “보석의 권한은 법원에 있다”며 “보석 과정에서 검찰 역시 의견을 제출하게 돼 있으니 도와달라는 취지일 수도 있지만 ‘남의 다리를 긁는 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는 “한국은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이 공식적으로 허용돼 있지 않다”며 “공개적으로 협조 가능성을 내비치는 것이 심사 과정에서 감안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