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 떠나는 이명박·보내는 김윤옥… ‘251일만’ 재수감 표정

입력 2020-11-02 14:57 수정 2020-11-02 15:02
횡령 및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17년형을 확정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기 위해 차량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윤옥 여사의 모습. 연합뉴스

횡령과 뇌물 등의 혐의로 징역 17년이 확정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일 오후 구치소 재수감 절차를 밟기 위해 자택을 나섰다. 그는 측근들에게 “나를 구속할 수는 있어도 진실을 가둘 수는 없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46분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을 나와 검은색 승용차에 올라탄 뒤 서울동부구치소로 향했다. 앞서 국민의힘 권성동·장제원·조해진 의원, 김문수 전 경기지사,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백용호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자신을 찾아온 측근들과 면담했다.

이 전 대통령 대리인인 강훈 변호사에 따르면 측근들이 “잘 다녀오시라”는 인사를 하자 이 전 대통령은 “너무 걱정하지 마라. 수형생활 잘하고 오겠다. 믿음으로 이겨내겠다”는 답을 했다고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중앙지방검찰청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인 김윤옥 여사가 이 전 대통령을 배웅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이 출발한 뒤 다른 차를 타고 따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별도의 입장 발표 없이 곧바로 서울중앙지검으로 향했다.

이날 오전 일찍부터 이 전 대통령 자택 앞에는 취재진과 유튜버 등이 대거 몰려들며 혼잡한 분위기였다. 오전 7시쯤부터 하나둘 모여든 사람들은 이 전 대통령이 집을 떠나기 직전 100여명까지 늘었다. 진보 성향과 보수 성향 유튜버가 마주 보고 선 채 한동안 말다툼을 벌이는 소동도 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수감 되는 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 앞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이은재 전 의원, 국민의 힘 장제원 의원, 권성동 의원이 이 전 대통령을 배웅하고 있다. 뉴시스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비롯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2일 서울 논현동 이 전 대통령 자택에서 동부구치소에 재수감 예정인 이 전 대통령을 배웅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자택에서 출발한 지 약 14분 뒤인 오후 2시쯤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이 전 대통령의 차는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이 전 대통령은 10여분 가량 신원 확인·형 집행 고지 등의 절차를 위해 검찰청사에 머물다 검찰이 제공하는 차를 타고 동부구치소로 향했다.

이로써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25일 서울고법의 구속 집행정지로 풀려난 이후 251일 만에 재수감됐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 법조타운에 있는 동부구치소는 이 전 대통령이 2018년 3월 22일 구속돼 보석으로 풀려날 때까지 약 1년 동안 수감 생활을 했던 곳이다.

동부구치소는 지상 12층 높이의 최첨단 시설로 지어져 전국 구치소 중 가장 최신 시설로 꼽힌다. 2017년 6월 옛 성동구치소를 확장 이전하면서 지금의 모습과 이름을 갖게 됐다. 이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예우 등을 고려해 앞선 수감 때처럼 동부구치소 12층의 독방을 배정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일 오후 동부구치소에 재수감되기 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신원확인 절차 등을 거친 뒤 검찰이 제공하는 차를 타고 서울 동부구치소로 이송된다.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중앙지방검찰청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기 위해 이동 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층은 독거실과 혼거실 섞여 있는데, 교정 당국은 다른 수용자가 접근하지 못하게 차단 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독거실은 화장실을 포함해 13.07㎡(3.95평)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된 서울구치소의 독거실(10.08㎡·3.04평)보다 약간 크다. 방에는 일반 수용자와 같이 TV와 거울, 이불·매트리스 등 침구류, 식탁 겸 책상, 사물함, 싱크대, 청소 용품 등이 비치된다. 전직 대통령 수용 사례 등을 고려해 전담 교도관도 지정된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신체검사와 소지품 영치, 수용기록부 사진(일명 머그샷) 촬영 등 일반 재소자와 동일한 입감 절차를 받게 된다. 이 전 대통령은 징역 17년 형을 확정받았지만 앞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약 1년간 구치소에 수감돼 남은 수형 기간은 약 16년이다. 형기를 모두 채운다면 95세인 2036년에 석방된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