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사건’을 자백한 피의자 이춘재(56)가 첫 사건 발생 34년 만에 법정에 섰다.
수원지법 형사12부(박정제 부장판사) 심리로 2일 열린 이춘재 8차 사건 재심 9차 공판에 이춘재가 검찰과 변호인 양측이 신청한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마스크를 쓴 채 법정에 들어온 이춘재는 청록색 수의와 하얀색 운동화 차림이었다. 짧은 스포츠머리였으며, 군데군데 흰머리가 성성했다. 오랜 수감생활 탓인지 얼굴 곳곳에는 주름이 깊게 패어 있었다.
증인석에 선 이춘재는 오른손을 들고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진실만을 말하겠다”고 증인선서를 한 뒤 자리에 앉아 변호인 측 주 신문에 답하기 시작했다.
재판부는 이춘재가 증인의 지위에 불과하다며 촬영을 불허했고, 이에 언론의 사진·영상 촬영은 이뤄지지 못했다.
증인신문은 변호인과 검찰이 각각 2시간 가까이 진행할 예정이다. 중간에 휴정시간을 더하면 이날 재판은 오후 6시쯤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당시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박모(당시 13세·중학생)양이 성폭행 피해를 본 뒤 살해당한 사건이다. 이듬해 범인으로 검거된 윤모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상소하면서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2·3심 재판부가 이를 모두 기각했다.
윤씨는 20년간의 수감생활 끝에 2009년 가석방됐다. 이후 이춘재가 범행을 자백하면서 지난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올해 1월 이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과 변호인 양측은 모두 이춘재를 증인으로 신청했으며,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춘재가 법정에 나와 일반에 공개된 것은 그가 자백한 연쇄살인 1차 사건이 발생한 1986년 9월부터 34년 만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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