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비밀 시나리오…“조기승리선언 후 뒤집히면 사기 주장”

입력 2020-11-02 14:00 수정 2020-11-02 14:37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선 당일인 3일(현지시간) 개표 초반에자신이 이기는 추세가 나타나면 최종 결과가 확정되지 않더라도 조기에 ‘승리 선언’을 하겠다는 의사를 측근들에게 밝혔다고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가 1일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이날 트럼프의 사적 발언을 잘 아는 소식통 3명을 인용해 이처럼 전했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몇 주간 이 시나리오를 은밀히 얘기해 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사석에서 대선 개표 이후 당선을 위해 필요한 선거인단 270명 확보 가능성이 확실치 않더라도 일부 경합주에서 자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면 연설대에 올라 승리를 선언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미국 대선에서는 관행상 개표 결과가 명확해지면 패배한 후보가 먼저 ‘패배 선언’을 한 뒤 승리한 후보가 당선을 선언해왔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우편투표가 증가해 선거 당일 밤에도 당선 윤곽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선언이 현실화하려면 몇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남부 경합주인 ‘선벨트’의 플로리다와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 등 3개 주는 물론 신 접전지로 떠오른 오하이오, 텍사스, 아이오와, 조지아에서 모두 이기거나 상당한 격차로 앞서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 지역에서 승리할 경우 북부 경합 3개 주 중 경쟁이 치열한 펜실베이니아 한 곳만 이기더라도 선거인단 538명의 절반이 넘는 270명을 넘길 수 있다. 이들 지역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보다 앞섰던 곳이다.

또 이 시나리오가 실행되려면 트럼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에서 개표 초반 앞서나가는 흐름이 만들어져야 한다. 실제로 이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펜실베이니아의 경우 주 선거법에 따라 선거 당일 이후 도착한 우편 투표도 유효 투표로 인정하고 개표 작업도 대선 당일부터 시작돼 최종 개표 결과 발표가 다른 주보다 늦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대선 당일 현장투표가 먼저 개표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초반에 민주당 조 바이든 대선후보를 앞서고, 이후 우편투표 개표 속도가 붙으면서 격차가 줄어드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 대선 당일 현장투표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이, 우편투표는 바이든 후보 지지층이 더 많이 참여한다는 예상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 선언을 한 후 펜실베이니아의 최종 개표 결과에서 바이든 후보의 승리로 뒤집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펜실베이니아의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앞선다는 결과가 많다. 이 경우 바이든 후보가 선거인단 과반을 점해 실제 당선인이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를 선언한 상태에서 최종 개표 결과는 나오지 않는 혼돈 상황이 며칠간 지속할 수 있는 것이다.

악시오스는 트럼프가 조기 승리를 선언한 이후 실제 개표에서 전세가 역전될 경우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팀은 선거일 이후 계산된 우편투표가 선거 사기의 증거라고 허위로 주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팀은 펜실베이니아의 최종 개표 결과가 바이든 승리로 될 경우 민주당이 선거를 훔쳤다고 근거없이 주장하는 것을 준비 중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악시오스의 보도에 “잘못된 보도”라고 부인했다.

바이든 후보는 곧바로 견제구를 던졌다. 그는 “내 대답은 대통령이 이 대선을 훔치게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결과와 무관하게 조기승리선언을 통해 재선을 기정사실화하도록 놔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