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56)가 1980년대 화성과 청주지역에서 벌어진 14건의 연쇄살인사건에 대해 “내가 진범이 맞다”고 법정 증언했다.
2일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박정제) 심리로 열린 ‘이춘재 8차 사건’ 재심 9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춘재는 ‘진범 논란’을 빚고 있는 이 사건을 비롯해 관련 사건 일체를 자신이 저질렀다고 시인했다.
그는 8차 사건 피고 윤성여(53)씨의 변호인이 “그동안 교도소에서 자백한 14건의 사건과 화성에서 발생한 10건의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 맞는가”라고 묻자 “예 맞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1986년 첫번째 살인사건을 저지른 지 34년 만에 그의 입으로 직접 그의 범행과 관련 진술을 털어놓는 순간이었다.
이춘재는 지난해 경찰의 재수사가 시작된 후 “올 것이 왔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재수사 과정에서 아들과 어머니 등 가족이 생각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모든 것이 다 스치듯이 지나갔다”고 했다.
그는 경찰이 교도소로 찾아와 DNA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추궁하자 1980년대 화성과 청주에서 저지른 14건의 살인 범행에 대해 모두 털어놨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건을 자백한 이후 가족과 연락이 끊겼다고 덧붙였다.
이날 청록색 수의를 입고 하얀색 운동화를 신은 채 마스크를 쓰고 법정에 들어온 이춘재는 짧은 머리에 군데군데 흰머리가 성성했다. 오랜 수감 생활 탓인지 얼굴 곳곳에는 주름이 깊게 패어있었다.
긴 얼굴형과 길고 갸름한 눈매는 온라인 상에서 알려진 사진과 유사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달 26일 이춘재의 언론 사진 및 영상촬영 요청에 대해 피고인이 아닌 증인의 지위에 불과하고, 질서 유지 측면에서도 적절치 않다며 촬영을 불허했다.
다만 이춘재의 증언에 국민의 관심이 높은 점을 고려해 별도의 중계법정 1곳을 마련해 최대한 많은 방청객이 재판을 방청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춘재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되는 동안 증인석 우측의 피고인석에 앉은 재심 청구인 윤성여씨는 아무말 없이 이춘재를 바라봤다.
증인신문은 변호인과 검찰 양측이 각 2시간씩 진행할 예정이다. 중간에 휴정시간을 더하면 이날 재판은 오후 6시쯤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당시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자택에서 박모(당시 13세)양이 잠을 자다가 성폭행당한 뒤 숨진 사건이다.
이듬해 범인으로 검거된 윤씨는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윤씨는 사건 당시 1심까지 범행을 인정했다. 이후 2·3심에서 고문을 당해 허위자백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년 동안 수감생활을 한 윤씨는 감형돼 2009년 출소했고, 이춘재의 자백 뒤 지난해 11월 재심을 청구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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