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이제 붙어 앉지만, 얼어붙은 수요에 ‘난감’

입력 2020-11-02 13:09 수정 2020-11-02 23:28
'객석 띄어앉기' 모의 실험. 예술의전당 제공

정부가 공연장에 의무화된 ‘좌석 띄어 앉기’를 해제하면서 공연계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신음하던 공연계는 이번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이미 얼어붙은 관객 심리에 우려를 내놓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7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에서 연극 뮤지컬 클래식 무용 등 공연장에 좌석 띄어 앉기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전날 중대본이 발표한 지침을 보면 1단계에서는 객석 운영 관련 별도 지침이 없다. 지역 유행 단계인 1.5단계(수도권 100명 이상·타권역 30명 이상)부터 일행은 붙어 앉되 타 일행과는 한 칸씩 띄어 앉아야 한다. 다만 1단계에도 현행대로 소독·환기와 마스크 착용, 출입자 관리 등 기본 수칙이 의무화된다.

기존 국공립 공연장에 적용되던 좌석 거리두기가 지난 8월 말부터 민간 공연장에도 의무화되면서 공연계는 그야말로 보릿고개를 넘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8월 공연계 매출은 170억원 정도에서 9월 70억원으로 급감했다.

좌석 띄어 앉기는 산술적으로 좌석 절반을 활용하는 것이지만 실제 좌석은 25~30% 정도가 된다. 극장 좌석 배치·규모에 따라 판매 가능한 좌석이 쪼그라들어서다. 대극장 뮤지컬은 대개 유료 객석 점유율 70%를 유지해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는데 출연진 개런티와 대관료 등을 지급하는 다른 공연 장르도 여건은 비슷하다. 공연을 올릴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인 셈이다. 최근 배우 유준상과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은 정세균 국무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공연장은 한 칸씩 띄어앉으면 적자를 보는 구조”라며 “생존을 위해 띄어 앉기 지침 완화가 필요하다”고 건의하기도 했다.

공연계는 정부의 이번 조치로 급한 불을 끌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공연제작사 관계자는 2일 본보에 “정말 간신히 버티고 있었는데 이제라도 좌석 띄어 앉기가 풀려 다행”이라면서 “해제 지침이 나오고서부터 공연계에 화색이 도는 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공연들도 발 빠르게 예매 일정을 재조정 중이다. 다음 달 16일까지 공연하는 ‘캣츠’는 7일 공연부터 좌석 거리두기 해제 여부를 논의하며 준비 중이다. 최근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조정에 발맞춰 전 좌석 예매를 진행했던 곳도 있다. 17일 개막하는 ‘몬테크리스토’와 다음 달 18일 선보이는 ‘맨오브라만차’ 등이다. 다만 당장 10일 개막하는 ‘노트르담 드 파리’의 경우 이미 예매가 이뤄진 이달 29일까지는 객석 거리두기를 적용해 공연이 이뤄진다.

상반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내한공연, 하반기 ‘캣츠’ 40주년 내한공연이 안전하게 무대에 오르면서 한국 공연장은 ‘K방역’의 모범 사례로 꼽혔다. 사실 마스크를 쓰고 가만히 앉아 있는 공연 특성상 극장은 기본 방역 수칙만 지킨다면 바이러스 전파 위험이 극히 적은 곳이기도 하다.

공연계 안팎에서는 이번 조치에도 여전히 불안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언제든 원점으로 돌아올 수 있어서다. 특히 공연 진행·취소가 거듭 되풀이되면서 관객들의 피로도가 상당히 누적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공연 관계자는 “민간에도 좌석 띄어앉기가 적용된 8~9월 당시 공연마다 일제히 티켓 일정을 재조정했다”면서 “공연계도 힘들지만 그럴수록 관객 부담이 커지게 된다. 변동이 잦은 방역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방안을 정부도 같이 고민해 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다른 제작사 관계자도 “예매를 미리 진행하는 공연계 특성을 반영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경루 박민지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