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신청자 첫 7만명 돌파… 담당 공무원은 태부족

입력 2020-11-02 11:34 수정 2020-11-02 11:46
기사 본문과 관련 없는 사진. 뉴시스

우리나라에 정식 체류를 요청한 난민이 7만명을 돌파했다. 난민 심사 대기자 역시 역대 최대 수준에 육박했지만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수는 턱없이 부족해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통계연보’에 따르면 난민 집계를 한 1994년부터 올해 8월까지 난민 신청 건수는 7만254건으로 나타났다.

1994∼2012년 총 5069명에 그쳤던 난민 신청자는 2013년 난민법 시행을 기점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3년 1574명을 시작으로 2017년 9942명, 2018년 1만6173명 등 6년째 증가하다 지난해(1만5452명)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2년 연속 1만명대를 나타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 확산하기 시작한 1∼4월 매달 1000명 전후로 난민 신청이 들어왔고 재확산 조짐을 보인 7∼8월에도 월평균 300여명씩 쌓였다.

반면 정식으로 정착해서 살게 된 비율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1∼8월 심사 대상에 오른 4019명 가운데 1%인 41명만이 난민으로 인정받았고 123명이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았다. 총 164명이 국내에 체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도적 체류 허가는 난민 인정 사유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고문 등 비인도적인 처우로 생명이나 자유 등을 위협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근거가 있는 이에게 내려진다.

난민 인정 비율과 인도적 체류 허가 비율을 더한 ‘난민 보호율’도 4.1%로 집계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종전 최저치였던 지난해(6.1%)보다도 2% 포인트 낮아졌다.

난민 심사를 기다리는 이들은 계속 쌓이고 있다.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 1∼8월 난민 심사 대기자는 1만9735명, 이의신청 대기자는 4400명으로 총 2만4135명이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8개월 만에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 2만5578명에 근접한 것이다.

그런데 난민인권센터가 법무부를 상대로 낸 정부 공개청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난민 인정심사에 투입된 담당 공무원은 65명에 불과했다. 2015년 8명, 2016년 32명, 2017년 37명 등 소폭 증가했지만 담당자 1명당 난민 신청자 370여명을 심사해야 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부실 심사를 막기 위해 일손을 늘리는 한편 독립적이며 세부화된 난민 심사기구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김도균 한국이민재단 이사장은 “통역이나 국가 정황 수집 분석가 등 심사 전문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이는 부실 심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불복이나 이의신청이 증가하는 악순환을 낳게 된다”고 지적했다.

담당기관의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현재 법무부는 1차 난민 심사를 진행하고, 법무부 내 난민위원회가 이의신청 심의를 담당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18년 9월 발행한 ‘난민유입대응 관련 정책 현황과 개선방향’ 보고서에서 “난민 인정심사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상급기관에 휘둘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조사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며 “현행 난민위는 비상설기구여서 전문성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제대로 심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