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눌린 ‘쇼핑욕’ 터지나…‘코세페’에 몰린 사람들

입력 2020-11-02 10:25 수정 2020-11-02 10:46
지난 1일 서울 시내 한 대형쇼핑몰이 쇼핑을 나온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수원에 사는 A씨(45)는 지난달 31일 가을 날씨를 즐기러 근교로 가족과 함께 드라이브를 나갔다 이천 프리미엄 아울렛 근처를 지나면서 깜짝 놀랐다. 줄지어 서 있는 차량 행렬 때문이었다. 주말인 걸 감안하더라도 최근 들어 이렇게 심한 주차난을 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였다.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 쇼핑몰 근처에 간 게 워낙 오랜만이라 기분 탓도 있겠지만 코로나19 전을 포함해도 최고로 북적이는 것 같았다. 솔직히 좀 충격이었다”고 전했다. 알고 보니 코리아 세일 페스타(코세페) 기간에 맞춰 롯데 메가 세일 행사를 찾은 인파였다.

역대 최대 규모의 코세페가 시작되면서 코로나19로 가라앉았던 유통업계에 활기가 돌고 있다. 온·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일제히 참여한 가운데 소비자들의 반응도 일단 ‘성공적’인 분위기다. 다만 지난 주말 핼로윈에, 유통업체 할인까지 곳곳에서 인파가 몰린 것을 보며 코로나19 확산 추세에 악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코세페는 지난해(704개)보다 2배가 넘는 1600여개 업체가 참여한 역대 최대 규모로 지난 1일부터 오는 15일까지 열린다. 업체들은 이 기간을 전후로 개별 행사를 진행하며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롯데아울렛은 지난달 30일부터 ‘롯데아울렛 MEGA SALE’을 진행하고 있는데 30~31일 매출이 지난해보다 19% 올라갔다. 300여개 입점 브랜드의 기존 할인율에 최대 30% 추가 할인을 더하는 메가 세일은 1년에 두 번 있는 롯데아울렛 최대 행사로, 코세페에 맞춰 기간을 연장했다. 롯데마트도 코세페 행사 첫날 전체 매출이 지난해보다 13% 상승했다.

신세계그룹은 17개 계열사가 참여하는 ‘대한민국 쓱(SSG)데이 쇼핑’ 행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 주말 이마트 대부분 점포에서는 고객이 몰려 계산대마다 역대급 줄이 늘어서는 풍경이 펼쳐졌다. 이마트 자체적으로도 연중 가장 많은 고객이 매장을 찾은 것으로 분석했다. 온라인몰에서도 인기 상품은 행사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품절 대란이 이어졌다. SSG닷컴에서 20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 증정한 장바구니 ‘스타벅스 알비백’은 7만개가 넘게 나갔다.


G마켓과 옥션 등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에선 행사가 시작한 1일 0시부터 10시간 만에 70만개 이상 물건이 팔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직 2주가 더 남아 있기 때문에 속단하긴 이르지만 일단 첫 주말 분위기만 봐서는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동안 코로나19에 움츠려 있던 소비 욕구를 터뜨리는 이른바 ‘보복소비’가 현실화할 것이냐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답답한 마음을 풀러 쇼핑을 나왔다가 이래도 되나 싶은 불안감에 발길을 돌렸다는 소비자도 나온다. 서울에 사는 B씨(35)는 “지난 주말만 해도 이마트에 별생각 없이 장 보러 갔다가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냥 돌아 나왔다”면서 “온라인 쇼핑만으로는 안 되는 오프라인 세일 행사에 혹해서 나가고 싶으면서도 아직은 불안하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