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 등 대미 업무를 주도해온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올 하반기 들어 공개활동 횟수를 대폭 줄이면서 이목이 쏠린다. 김 제1부부장과 최 제1부상이 미국 대선 이후 본격화할 북·미 비핵화 협상을 대비해 전략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7월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사실상 일축하는 내용의 담화문을 발표한 것을 마지막으로 어떠한 공개활동도 하지 않고 있다. 직전달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철거하며 대내외에 존재감을 과시한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김 제1부부장이 지난달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 75주년 열병식 다음날 열린 대집단 체조와 예술공연을 참관하지 않은 점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더했다.
지난해 스웨덴과 베트남, 판문점, 러시아 등을 종횡무진하며 북·미 대화 관련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입’ 역할을 톡톡히 한 최 제1부상도 4개월가량 공개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한때 최 제1부상이 열병식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었지만, 열병식 참석자 명단에 그의 이름은 없었다. 최영림 전 북한 내각 총리의 수양딸로 알려진 최 제부상은 1990년대 후반 김계관 당시 외무성 부상의 통역으로 국제사회에 얼굴을 알린 뒤 승진가도를 달리고 있다.
김 제1부부장과 최 제1부상은 내년 재개될 북·미 비핵화 협상 전략 마련에 고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승리할 경우 북한은 새로 세팅된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새 협상 상대와 앉아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2일 “북·미 정상회담 개최 등 대미 관련 업무에 깊숙이 관여한 두 사람이 함께 일하고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가정보원도 지난 8월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김 제1부부장이 대남 및 대미정책 전반을 관장하고 있다고 보고했었다.
홍 실장은 “특히 대미 업무 경험이 많은 최 제1부상은 새로 들어설 미 행정부에 촉각을 세우며 비핵화 협상 전략을 짜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3월 외무성에 신설된 ‘대미협상국’을 진두지휘하며 바이든 후보의 당선까지 염두에 둔 채 미국과의 핵 담판을 준비하고 있다는 의미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