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유럽에서 급격히 확산되면서 프랑스, 독일에 이어 영국에도 전국적인 봉쇄 조치가 도입됐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수만명씩 증가하는 탓에 유럽 국가들의 의료시스템이 이르면 이달 초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왔다.
보리스 존슨 총리가 3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두 번째 코로나19 봉쇄령을 발표했다. 영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00만명을 돌파했다는 집계 결과가 나오자마자 내려진 조치다.
전국적인 봉쇄령에 따라 펍과 레스토랑, 실내 체육시설과 비필수적 상업시설 등이 오는 5일부터 문을 닫게 된다. 다만 지난 봄 1차 봉쇄와 달리 초·중고등학교와 대학 등은 문을 열 수 있다. 영국 BBC방송은 “이번 봉쇄 조치가 다음달 2일까지 유지되며 확산세가 누그러지면 상황에 따라 완화될 수 있다”고 전했다.
존슨 총리는 “하루에 수천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전망을 무시하기는 어렵다”면서 “올 크리스마스는 이전까지와 매우 다르겠지만, 그럼에도 현재 시점에 통제 조치를 도입해 연말에는 우리 모두 가족과 함께 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봉쇄조치로 타격을 입게 될 자영업자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라면서 “직원들에게 임금의 80%를 지불하는 휴직제도가 이달까지 연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는 지난 30일 자정부터 한 달간 전국의 식당과 술집 등 비필수 사업장을 폐쇄했다. 독일에선 2일부터 전국적인 봉쇄조치가 시작된다. 앞서 이탈리아, 벨기에, 오스트리아에도 준봉쇄 조치가 내려졌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유럽의 의료시스템이 거의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라고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 한스 클루게 유럽국장은 지난달 29일 유럽 보건 장관들과의 긴급회의에서 “유럽은 다시 이번 팬데믹의 진원지가 됐다”면서 최근 일주일 새 유럽의 신규확진자가 약 150만명 늘어 팬데믹에 들어선 이후 최대의 증가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유럽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집계에 따르면 유럽 내 병원의 집중치료실 점유율은 최근 17일 만에 2배로 급증했다.
체코와 루마니아, 벨기에 등 14개국에서 코로나19 관련 입원환자가 역대 최대기록을 경신하면서 독일은 다음달, 프랑스와 스위스는 이달 중순, 벨기에는 이번 주말 집중치료실 수용치가 한계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존슨 총리는 2차 봉쇄령을 발표하면서 “코로나19 환자 수가 가장 적은 편인 영국 남서부 지역의 병원들조차 몇 주 안에 포화 상태에 이를 것”이라면서 “의료진은 어떤 환자를 치료하고 어떤 환자를 포기할지, 어떤 환자에게 산소를 공급해야 할지 등 선택을 강요당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