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하도급 업체를 대상으로 벌인 일방적인 단가 삭감 행위가 재판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울산지법 제12민사부(김용두 부장판사)는 조선기자재 업체인 협력사 A사가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현대중공업의 일방적 단가 삭감을 인정해 하도급 업체인 A사에 손해배상금 5억원과 미지급 물품 대금 등 3억3000만원 가량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업체는 엔진 실린더헤드 등 조선기자재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이 일방적으로 단가 인하를 요구하거나 물품 대금을 주지 않아 손해가 발생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A업체는 2015년 12월 현대중공업이 하도급 업체 대표 간담회를 열고 ‘협력하지 않으면 경쟁사의 협력업체와 경쟁을 통해 강제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취지의 견해를 전달한 데 이어 2016년 1∼6월사이 모든 품목에 단가 10% 인하를 요구해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A업체는 또 납품한 물품에 발생한 하자와 관련해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현대중공업은 대체품만 받고 대금은 지불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은 단가 인하는 업체 측과 협의를 통해 시행했고, 물품대금은 하자가 원인이 A업체에 있어 무상 공급받기로 합의된 내용이라고 재판과정에서 밝혔다.
재판부는 단가 인하에 대해 “하도급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일률적으로 단가를 인하해 하도급 대금을 결정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본다”면서 “현대중공업 측이 품목별 단가 인하 요인 검토 없이 공급대금 절감 목표(10%)를 미리 정해놓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물품대급 미지급에 대해선 “현대중공업 측이 하자 원인을 규명하는 노력을 하지 않았고, A업체가 보증기간이 지난 물품에 대해 대체품을 무상 공급하기로 약속했다는 현대중공업 측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