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은퇴날 후계자 조규성 날았다…전북, 리그 4연패 ‘위업’

입력 2020-11-01 16:50 수정 2020-11-01 17:23
'이동국 후계자' 조규성이 득점에 성공한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마지막 경기에서 우승컵 들고 은퇴하는 선수가 몇이나 있겠어요.”

지난 28일 은퇴 기자회견에서 이동국(41)이 언급한 ‘해피엔딩’이 실현됐다. 이동국이 선발 출전한 전북 현대는 공교롭게도 ‘이동국 후계자’ 조규성(22)의 멀티골 활약으로 대구 FC를 누르고 프로축구 K리그 최다인 8번째 우승, 그리고 4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장대비가 쏟아지던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선, 그렇게 ‘라이온킹’이 풍미한 한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시대가 싹 텄다.

전북은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파이널A 27라운드 최종전에서 대구에 2대 0 승리를 거뒀다. 이동국은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뛰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승리로 전북은 K리그 사상 최초 4연패 대기록을 작성했다. 또 성남 FC(7회 우승)를 제치고 역대 최다 우승(8회) 팀이 됐다. 이는 이동국이 팀에 합류한 2009년 이후 작성된 기록으로, 전북이 K리그 최고 구단으로 발돋움하는 역사의 최전선엔 항상 이동국이 있었다. ‘이동국이 곧 전북’이란 표현이 수긍될 정도다.

그런 이동국의 은퇴 경기인 만큼, 전북 선수들은 전반 초반부터 라인을 끌어올리고 대구를 강하게 압박했다. 2위 울산 현대에 승점 3점 앞서 있어 무승부만 거둬도 우승할 수 있었지만, 전북 선수들은 이동국의 마지막을 승리로 장식하고 싶어 하는 듯 했다.

전반 15분 각본 없는 드라마가 완성될 뻔 했다. 이승기가 왼발로 띄워준 볼이 문전 왼쪽 앞에 있던 이동국에게 향했고, ‘발리 장인’ 이동국이 이를 절묘한 다이렉트 발리슛으로 연결했다. 볼은 대구 최영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지만, 이동국의 ‘트레이드마크’ 슈팅이 나오자 몇 초 간 전주월드컵경기장은 팬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은퇴 경기에 입장하는 이동국의 모습.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전북의 승리를 결정한 주인공은 ‘이동국 후계자’로 꼽히는 조규성이었다. 조규성은 전반 26분 왼측면 엔드라인까지 오버래핑한 최철순의 크로스에 머리를 대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선배 공격수를 위한 헌정골을 넣었다. 조규성은 멈추지 않았다. 전반 40분엔 바로우의 슈팅이 수비 맞고 나오자 이를 잡아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왼쪽 골대를 맞고 들어가는 절묘한 오른발 슈팅으로 두 번째 골을 넣었다. 이동국은 바로 조규성에 다가가 손을 마주치며 후배의 활약을 격려했다.

대구는 세징야와 데얀 콤비를 앞세워 간헐적으로 매서운 역습을 펼쳤지만 전북 선수들은 몸을 던지며 위기를 막아냈다. 이동국도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까지 쉬지 않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골을 넣는 데는 실패했지만, 은퇴 경기 승리를 지켜냈고 결국 우승컵에 입을 맞출 수 있었다.

지난 25일 전북에게 패하기 전까지 줄곧 리그 1위를 달려오던 울산은 이날 광주 FC에 3대 0 승리를 거뒀지만 역전 우승에 실패했다. 지난해에도 최종전에서 대패해 다득점 차로 준우승에 그쳤던 울산은 올해에도 단 1경기 차로 우승을 놓치게 됐다.

1998년 데뷔해 23년 동안 K리그 548경기 228골,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75경기 37골이란 최다 골 기록을 각각 작성한 레전드. 2009년부터 11년 동안 전북에 8개의 우승(리그 7회·AFC 챔피언스리그 1회) 트로피를 안긴 전설적인 선수는 그렇게 선수로서 자신의 마지막 경기를 마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굵은 빗줄기 속에서도 허용된 1만251석을 모두 채운 팬들은 우레와 같은 기립박수로 ‘레전드’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전주=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