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체육대학교(한체대) 평생교육원이 6~9년간 골프 수업을 진행해온 강사 3명을 해고했다. 학교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부당해고 판정과 복직명령을 무시하고 벌금 성격인 이행강제금만 내며 소송전을 준비하고 있다. 8개월 넘게 실직 상태인 강사들은 법정 다툼까지 감내해야 할 처지다.
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노위는 지난 8월 한체대 평생교육원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의 초심 판정에 불복해 중노위에 청구한 재심신청을 기각했다. 한체대로부터 해고당한 골프 강사들은 앞서 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었다. 지노위는 당시 “강사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부당해고를 인정하고 강사들을 복직시키라고 학교에 명령했다. 하지만 학교는 납득할 수 없다며 이행강제금을 지불하고 행정소송으로 맞불을 놨다.
사건의 발단은 교육부의 종합감사였다. 교육부는 지난해 3월 ‘빙상계 미투’로 홍역을 치른 한체대에 대한 종합감사를 진행하다 평생교육원에서 일하는 골프 강사 3명이 근로계약서 없이 장기간 근속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교육부는 학교에 강사들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학교는 이를 이행하지 않고 지난해 11월 골프 강사들에게 근로계약서가 아닌 위촉계약서 체결을 제안했다. 위촉계약서에는 강사들이 학교의 취업규칙 적용을 받지 않으며 4대 보험에도 가입되지 않는다는 등 고용관계를 부정하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강사들은 학교의 부당한 요구에도 생업을 잃을 것이 두려워 계약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학교는 강사들의 계약기간(3개월)이 만료되기 직전인 지난 1월 ‘골프 강사 공개모집 공고문’을 통해 새로 채용될 강사를 ‘프리랜서’로 명시했다. 강사들의 근로시간을 줄이고, 고정급제를 폐지하는 등 이들을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공고였다. 강사 3명은 이 모집공고에 응하지 않았고 결국 지난 2월 계약만료를 이유로 해고됐다.
중노위는 판정문에서 “강사들은 수강생 수와 관계없이 매월 소정근로시간에 대해 고정급으로 강사료를 지급받았고, 학교 측이 작성한 골프강습 계획서 등의 프로그램에 따라 강의를 진행하는 등 학교의 지휘·감독을 받았다”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학교는 해고 사유와 시기를 통지한 사실도 없으므로 해고는 부당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한체대는 이행강제금을 내고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한체대 관계자는 중노위 판정에 불복하는 이유에 대해 “소송 준비 중이라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강사들은 “교육부 감사로 되레 직장을 잃은 꼴”이라며 난감해 했다.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이행강제금 제도가 노동위원회의 명령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은 정치권에서도 제기된다. 국민일보가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중노위의 ‘공공부문 부당해고 등 이행강제금 이행실태’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 6월까지 공공부문 사업장 109곳에서 209명의 노동자를 부당해고한 뒤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총 34억1344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 의원은 “중노위의 부당해고 구제명령을 거부하고 사용자 측이 행정소송으로 가더라도 법정에서 결과가 뒤바뀐 사례는 전체 판례의 10% 내외에 불과하다”며 “이행강제금을 보완할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