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28)가 ‘가을의 전설’을 다시 썼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뒤늦은 2020시즌 첫 승을 신고하고 통산 13승을 달성했다. 지난해처럼 올해에도 가을에 살아났다.
장하나는 1일 제주도 서귀포 핀크스골프클럽 동·서코스(파72·6638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2개를 묶어 1언더파 71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7언더파 281타로, 김효주(25)를 포함한 공동 2위(5언더파 283타) 4명의 추격을 2타 차이로 뿌리치고 우승 상금 1억6000만원을 거머쥐었다.
강풍으로 요동쳤던 리더보드처럼 장하나의 우승 길은 마냥 평탄하지 않았다. 1라운드만 해도 공동 30위로 처져 우승권에서 멀어지는 듯했지만 2라운드에서 단숨에 공동 3위로 도약했고, 3라운드부터 연이틀 선두를 지켜 우승을 확정했다.
이날도 공동 선두로 출발한 최민경(27)에게 한때 2타차 2위로 밀렸지만, 6번·8번 홀(파4)에서 버디를 잡고 올라간 리더보드 가장 높은 곳을 한 번도 빼앗기지 않았다. 때마침 최민경이 6·7번 홀(파4) 연속 보기를 범하고 무너지면서 장하나는 독주를 펼칠 수 있었다.
장하나는 유독 가을에 강하다. 이날까지 수확한 통산 13승 중 7승을 9월 이후에 쌓았다. 지난해 가을도 장하나의 독무대였다. 장하나는 지난 시즌 개막전부터 22개 대회 연속으로 무관의 늪에 허덕이다 10월 3일에 개막한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을 정복했고, 그 기세로 같은 달 27일 폐막한 KLPGA·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공동 주관의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까지 제패해 불과 한 달간 2승을 쌓았다. 그렇게 사계절을 지나 다시 돌아온 가을에 장하나는 왕좌를 탈환했다. 꼬박 1년 5일 만의 일이다.
장하나는 경기를 마친 뒤 중계방송사와 인터뷰에서 해맑게 웃으며 우승 소감을 말하던 중 “지난주에 큰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큰아버지의 도움으로 우승을 차지한 것 같다”며 울먹였다.
올 시즌 KLPGA 투어는 이제 메이저 대회인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과 시즌 최종전인 SK텔레콤·ADT캡스 챔피언십만을 남기고 있다. 모두 상금 10억원 이상이 걸렸고, 대상 포인트도 70점으로 가장 많은 점수가 부여되는 대회다. 장하나의 뒷심이 잔여 시즌에 계속될지 주목된다.
서귀포=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