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계좌로 시세를 조종해 주가 하락을 막거나 나쁜 공시를 내기 전 보유 주식을 모두 팔아 손실을 회피한 기업 대표들이 적발돼 제재를 받았다.
금융위원회는 증권선물위원회가 올해 3분기 불공정거래 사건 7건에 대해 개인 22명, 법인 4곳을 검찰에 고발하거나 통보했다고 1일 밝혔다.
제재 대상은 주로 상장기업 대표이사나 임원으로 이른바 ‘내부자’다. 이들은 정기 보고서를 작성·공시하는 과정에서 미리 알게 된 실적 정보 등을 주식매매에 이용하거나 대규모 자금 및 다수 계좌를 동원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A사 대표와 임원은 분기보고서를 결재하면서 회사가 적자를 보게 됐다는 사실을 파악한 뒤 주식매매에 이용했다가 적발됐다. 이들은 의심을 피하기 위해 대표가 지배하는 비상장기업 명의 계좌로 주식을 거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B사 최대주주는 회사 내부 결산 결과 자사 주식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자 관련 내용 공시 전 보유주식 전량을 팔아치웠다. 이를 테면 침몰 조짐을 보이는 여객선에서 선장이 승객들 몰래 구명보트를 타고 달아난 꼴이다.
주가 하락을 막고 고가에 팔아치울 생각으로 부정적 내용의 계약 사실을 숨긴 대표이사도 있었다. 해당 기업 최대주주이기도 한 그는 흑자 전환 실적 공시 후 주가가 급등하자 주식 매도로 이득을 챙겼다.
무자본으로 회사를 인수한 C사 최대주주는 담보로 제공한 주식이 가격 하락으로 반대매매를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주식시장 마감시간대에 종가 관여 주문을 집중 제출했다. 그는 불공정거래 혐의를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 이름으로 튼 계좌를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세차익을 얻기 위한 인위적 주가 부양뿐만 아니라 주식 가치 유지를 위한 주가 하락 방어도 시세조종에 해당한다.
무자본으로 인수한 상장기업이 대대적 해외 사업에 나선다는 허위·과장 사실을 유포한 뒤 주가가 급등하자 보유 주식을 전량 매도한 사례도 적발됐다. 이들은 해외 국영기업과 실현 가능성이 없는 제품 공급 기본계약을 체결했을 뿐임에도 거액의 사업을 수주한 것처럼 보도되게 했다.
금융 당국은 “투자자는 국내 기업 또는 국내 상장 외국기업의 해외 사업, 재무 현황 등을 주의 깊게 파악하고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검찰과 협력해 정보 수집 및 위법행위 적발을 기반으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의 새로운 유형을 중점적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