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언니’들이 나섰다… “말 못하는 태아 대신 이야기하러 왔어요. 살고 싶다고요”

입력 2020-11-01 15:45 수정 2020-11-01 19:08
여자청년 커뮤니티 '센언니' 제공

‘말 못 하는 태아를 대신해 이야기하러 나왔습니다. 저도 살고 싶어요!’ ‘생명을 기다리는 기쁨이 사라지지 않으면 좋겠어요!’

3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분홍색 점퍼 부대’가 떴다. 고깔모자를 쓴 여자청년 커뮤니티 ‘센(saint)언니’ 회원들은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는 팻말을 들며 ‘헬로 베이비’ 거리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들은 ‘프레이 포 베이비(pray for baby)’라는 문구가 적힌 마스크를 끼고 ‘헬로 베이비’ 스티커가 붙여진 초코파이를 거리의 시민들에게 나눴다. 신생아를 연상시키는 인형을 보여주며 주수별 태아의 모습을 알리고, 사회·경제적 사유가 인정되면 임신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정부의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에 대해 시민들과 의견을 나눴다.

여자청년 커뮤니티 '센언니' 제공

센언니는 아기의 탄생을 환영하는 축하행사 ‘베이비 샤워’처럼 시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다양한 문화적 방법을 활용했다. 21명의 참석자 중에는 남성 청년들도 있었다.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생각보다 이들의 이야기에 경청했다고 한다. 김수정씨는 “90%의 시민들은 태아의 소중함에 대해 받아들이는 느낌이었고 10%의 사람들은 굉장히 냉담한 반응이었다”며 “한 명이라도 태아가 생명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캠페인은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자청년 커뮤니티 '센언니' 제공

유동규씨는 “기도 가운데 하나가 된 참석자들이 하나의 메시지를 선포하면서 큰 감동이 있었다”며 “시민들은 우리 이야기에 무신경한 것처럼 보였지만 피켓을 본 뒤 이야기를 해주셨다. 이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 것 같다”고 했다. 이용석씨는 “낙태 합법화 반대의 본질은 생명 그 자체에 있음을 알리는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알리고 가르칠지 더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해솔씨는 “마지막에 한줄로 서서 '태아는 생명입니다 태아를 지켜주세요'라고 함께 외쳤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며 “우리들의 작은 소리와 행동들이 하나님께 기쁨이 되고 명동 거리를 오간 사람들에게 울림이 되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반하얀씨도 “낙태 합법화에 대해 구체적인 행동으로 목소리를 내고 하나님의 마음을 세상에 흘려보내서 좋았다”며 “태아도 생명이며 인권이 있다는 것을 한번이라도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셨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충남 홍성군 성은장로교회 청년들도 홍성의 명동 거리에서 이 캠페인을 진행했다. 센언니는 다른 장소에서도 이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도록 마스크 등을 나누고 진행 방법을 공유했다.
여자청년 커뮤니티 '센언니' 제공

센언니는 지난 8월 말 ‘거룩함을 추구하는’ 여성청년 커뮤니티로 시작됐다. 청년 금식기도 운동을 하는 네트워크 ‘그리스도의 계절’에서 활동하던 33세 동갑내기인 최가슬 김기영씨가 만들었다. 이들은 그리스도의 계절에서 토요일마다 ‘성과 가정, 여성’이라는 주제를 놓고 기도하면서 여성의 부르심과 사명에 대해 생각했다. 센언니는 그동안 ‘세계관과 여성이 보는 차별금지법’ ‘페미니즘과 젠더이야기’ ‘한국여성주의 과거와 현재’ 등을 주제로 한 아카데미를 진행했다. ‘센언니 살롱’을 통해 여성 청년들이 교류할 수 있는 문화 모임도 진행했다. 지난 29일 서울 동작구 총신대에서 이들을 만났다.

센언니 팀장인 김씨는 “‘너는 말 못하는 자와 모든 고독한 자의 송사를 위하여 입을 열지니라’(잠 31:8)는 말씀에 감동해 ‘핼러윈 데이’기도 한 31일에 생명의 귀중함과 태중의 아기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그리스도의 계절’ 대표인 최씨는 “이번 캠페인이 다른 그리스도인들에게도 도전을 주는 도화선이 되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한국교회의 역할도 당부했다. 그는 “여성이 임신과 양육의 책임을 홀로 감당하지 않도록, 이로 인해 모태의 생명을 포기하는 여성들이 없게끔 한국교회가 기도와 함께 실질적 도움을 지원해주셨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