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넷플릭스 美서 구독료 인상, 국내도?

입력 2020-11-01 15:21 수정 2020-11-01 15:22
로이터연합


세계 정상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인 넷플릭스가 미국에서 월 구독료 인상을 단행하면서 국내 요금 인상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시장 점유율 60%를 차지하는 넷플릭스가 본격적인 가격 인상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넷플릭스는 29일(현지시간) 미국 표준 요금제의 월 요금을 기존 12.99달러에서 13.99달러로 인상했다. 프리미엄 요금제는 15달러에서 17.99달러로 올랐다. 다만 보급형 기본 구독료는 종전대로 월 7.99달러로 유지했다. 지난 15일 미국 시장에서 30일 무료 체험 서비스를 중단한 넷플릭스의 가격 인상은 지난해 1월 이후 1년9개월 만이다. 이 인상안에 따라 자동으로 미국 소비자들에게 인상된 가격이 청구될 예정이다.

사실 넷플릭스의 이 같은 인상 조치는 얼마간 예측 가능한 것이었다. 먼저 디즈니플러스 등 OTT 후발 주자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넷플릭스 신규 구독자 수의 증가세가 눈에 띄게 둔화했다. 이번 인상은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조치인 것이다. 넷플릭스의 3분기 신규 구독자는 220만명으로 시장 예상치인 250만명을 크게 밑돌았다. 또 4분기 실적 역시 지난해 880만명보다 30%가량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무엇보다 이번 인상은 OTT의 딜레마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OTT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콘텐츠 제작 투자가 필수적이다. 해당 OTT에서만 시청 가능한 오리지널 콘텐츠가 많아야 추가 구독자를 끌어들이기 쉽다. 지금까지 세계 각국 유수의 제작진과 손잡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폭발적으로 선보여온 넷플릭스는 추가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구독료에만 의지하는 구조의 플랫폼이어서다.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더 많은 가치를 드리기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려고 한다”면서 “이를 위해 고객들에게 요금을 더 요청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격을 인상할수록 강력한 후발 OTT들에게 구독자를 뺏길 염려도 상당하다.

업계에서는 이달 초 캐나다 지역 요금을 인상한 넷플릭스가 미국에서도 월 구독료를 높이면서 다른 국가의 요금제도 차례로 인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렉 피터스는 지난 20일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넷플릭스 이용자에게 조금 더 큰 비용을 청구해 투자와 가치 창출의 선순환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구독자는 전 세계 1억9500만명을 넘어섰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