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살장 소 되려고?”…김종인 놓고 치고받은 홍준표 원희룡

입력 2020-11-01 13:43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지난 7월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야권 ‘잠룡’ 홍준표 무소속 의원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놓고 1일 설전을 벌였다. 홍 의원은 ‘도살장 끌려가는 소가 되려 하는가’라며 김 위원장의 리더십에 강한 어조로 불만을 제기했고 원 지사는 김 위원장에게 시간을 더 줘야 한다고 맞섰다.

홍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웬만하면 참고 기다리려 했다. 그러나 당이 더는 추락하는 것은 참기 어렵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 당에 그렇게 사람이 없는가. 103명 국회의원 중 당을 맡아 운영할 제대로 된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는가”라며 김 위원장을 직접 저격했다.

홍 의원은 “자기 식구들은 온갖 이유를 들어 이리저리 쪼개고 내치고 민주당에서 쫓겨난 초선의원 출신에게는 쫓겨나자마자 쪼르르 달려간다”며 “정치 수사로 우리를 그렇게도 악랄하게 수사했던 사람을 데려오지 못해 안달하는 정당이 야당의 새로운 길인가”라며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 윤석열 검찰총장 등 일각에서 제기되는 외부 인재 영입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피력했다.

이어 “또 도살장 끌려가는 소가 되려 하는가”라며 “당이 그리돼도 내 국회의원 임기는 보장돼 있으니 나만 괜찮으면 상관없다는 건가”라고 원내 의원들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내뱉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 7월 국회에서 열린 '명불허전 보수다'에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자 원 지사는 1시간30분 뒤 즉각 “홍 의원이 ‘(비대위가 지금처럼 가면) 김 위원장을 퇴진시켜야 한다’고 말했지만 동의하지 않는다”며 반박하는 페이스북 글을 올렸다.

원 지사는 적자인 홍 의원이 당내 서자라 불릴 수 있는 김 위원장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다며 “지금 우리는 적서 논쟁을 벌일 형편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보수의 적장자는 아니었다고 예를 들었다.

이어 원 지사는 “우리 잘못으로 계속 (선거에서) 졌기 때문에 김 위원장을 모셔온 것”이라며 “지금 김 위원장은 패배의 그림자를 지우는 중으로 시간을 더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홍 전 대표 말대로 보수 우파가 뭉치면 집권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원 지사는 “(그림자를 지우고) 새 그림을 그리는 것은 홍 의원과 원희룡이 할 일”이라며 “지금은 비대위를 중심으로 힘을 모을 때로 비대위를 흔들 때가 아니다”고 당부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