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없이 돌 두드린 아이 넷 엄마, 터키 지진 23시간만 구조

입력 2020-11-01 13:34 수정 2020-11-01 13:43
구조되고 있는 세헤르 페린첵. 로이터통신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에 갇혔던 네 자녀의 엄마가 23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그러나 엄마와 함께 구조된 세 아이 중 한 명은 병원에서 숨졌고, 다른 한 명은 실종 상태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오후 3시쯤 터키 서부 이즈미르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에 네 자녀와 함께 갇혔던 38세 여성이 23시간 만에 구조됐다고 31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11세 쌍둥이, 7세 아들, 세 살배기 딸과 함께 무너진 아파트 잔해에 갇혔던 엄마 세헤르 페린첵은 구조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쉴새 없이 무너진 잔해를 두드렸다.

건물 잔해를 돌로 치는 소리를 들은 수색대원들이 무너진 건물 안쪽으로 진입했고, 페린첵의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수색대원들은 페린첵과 주변에 있던 세 아이를 차례로 구조했다. 수색대원 쳄 베하르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페린첵은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알리기 위해 돌로 두드리고 있었다”며 “세 시간 동안 소통한 끝에 그를 구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건물 잔해에서 생존자를 찾고 있는 구조대원들. 연합뉴스

그러나 수색대원들은 페린첵 주변에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다른 한 명의 아이는 찾지 못했다. 현재 수색대원들은 페린첵의 실종된 아이를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페린책의 아이를 포함해 180명 정도가 무너진 건물 잔해에 갇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됐다는 기쁨도 잠시. 구조된 아이 중 한 명이 병원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파레틴 코카 보건장관은 “아이 가운데 한 명이 병원에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숨진 아이는 30일에 집계된 지진 사망자 37명 중 한 명이 됐다.
건물 잔해에서 생존자를 찾고 있는 구조대원들. 연합뉴스

앞서 터키와 그리스 사이 에게해에 규모 7.0의 강진이 발생해 건물이 붕괴되고 쓰나미가 들이닥쳤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현장을 방문해 “37명이 숨지고 885명이 다쳤으며, 잔해에서 103명이 구조됐다”고 밝혔다.

터키 대통령실 언론청은 총 836대의 차량과 구조인력 6049명이 재난 현장에 투입됐다고 밝혔다. 또 군용 화물기 7대, 헬기 6대, 이동식 지휘차량 3대, 무인항공기 1대, 보안요원 292명이 동원됐다고 덧붙이며 구조 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민간인 구조대를 이끄는 무라트 보즈는 “과거 187시간 만에 생존자를 찾은 적이 있다”며 “수색구조 작업은 이제 시작일 뿐이고 쉴 틈 없이 전개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수련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