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자 등이 특정 부동산에 대해 공사대금채권을 갖고 있는 경우, 해당 부동산이 파산관재인 등에 의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저축은행 파산관재인인 예금보험공사가 건설업자 B씨 등을 상대로 낸 유치권 부존재 확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A저축은행은 C주식회사 소유의 부동산을 담보로 C사에 대출을 실행하고, 2009년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했다. 그런데 이후 C사가 이를 갚지 못하자 2012년 8월 부동산 임의경매를 신청했다. 그러자 건설업자 B씨 등은 경매로 넘어간 건물의 4·5층 공사비 5억2000만원 등을 받지 못했다며 유치권을 주장했다.
이에 A저축은행 파산관재인인 예금보험공사는 “B씨 등이 C사에 대해 공사대금채권을 가지고 있지 않고, 설령 공사대금채권을 가지고 있다 해도 유치권 행사를 위해 해당 부동산을 점유한 적이 없으므로 적법한 유치권자가 아니다”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예금보험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유치권을 행사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이들이 유치권을 행사한다는 공고를 붙인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이들이 이 건물의 경매 개시 결정 이후 배당요구종기일로부터 약 2개월 뒤에야 유치권 신고를 한 점에 비춰봤을 때, 저축은행이 압류되기 전부터 이곳을 점유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했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B씨 등이 C사와 각각 계약을 맺고 부동산 증축 및 인테리어 공사 등을 진행했고, 공사를 끝난 이후에도 출입문 열쇠를 받아 각자 공사를 맡은 층을 관리했다”며 “공사대금채권을 갖고 있어 공사가 진행될 무렵부터 계속 해당 부동산을 계속 점유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유치권 행사 대상을 구체적으로 심리하지 않고, 유치권 부존재 확인 소송 전체를 기각한 것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건설업자들이 스스로 점유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부분까지 합해서 부동산 전체에 대해 적법한 유치권이라고 인정했다”며 “건설업자들이 점유하는 부분 등을 추가로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