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작가 셰익스피어는 인생을 연극에, 사람을 배우에 비유했다. 관객 앞에서 단 한 차례 이뤄지는 연극 특유의 현장성이 연습없이 흘러가는 삶과 닮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연극만큼 아마추어 배우의 진솔한 무대가 힘을 얻는 장르는 드물다.
제주 한경면 고산리 주민들이 이들의 삶을 토대로 만든 창작극을 선보이고 있다.
30·31일 오후 8시 한경면 고산리에 위치한 공연장 ‘요이땅삐삐’ 뒷마당에서 연극 ‘꽃이 지고 꽃이 핀다’(박진희 작, 김형용 연출, 곽효정 기획)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이야기는 이렇다. 제주 한경면 고산리. 예전 성심약국이 있던 자리에 새로운 주인 ‘삐삐’가 요이땅삐삐라는 문화공간을 연 지 2년이 지났다. 갈 곳 없는 이주민이 시골 마을에 모여들고 고민과 미래를 함께 나눈다. 때론 뮤지션이 공연을 하고 때론 주민들이 찾아와 “여기는 뭐하는 데라?”라며 궁금해한다.
어느 날 잡지 기획자가 고산리에서 알게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하기 시작한다. 주민들은 공간 ‘요이땅삐삐’에서 인터뷰를 하고 술을 마시고 공연을 하면서 비로소 서로를 알아가기 시작한다.
연극 ‘꽃이 지고 꽃이 핀다’는 실제 주민들의 삶을 참고해 각색했다. 제작 과정에서부터 배우, 제작진까지 지역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해녀 삼춘들도 무대에 오른다.
이번 창작극은 앞서 제주에서 진행된 문화사업 ‘로컬매거진 Sarm’의 후속 활동이다.
‘로컬매거진 Sarm’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고용노동부와 제주관광공사의 지원(삼춘네트워크 활성화 사업)을 받아 한경면 지역을 주제로 만든 잡지다. 주민들의 삶을 인터뷰하고 책으로 엮었다.
지난 2년간 주민과 작업해 온 매거진 측은 주민 삶을 글자가 아닌 연극으로 표현하고 싶었고, 문화공간 ‘요이땅삐삐’와 함께 제주문화예술재단 ‘예술공간특성화-창작공간프로그램’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성사됐다.
주최 측은 “2년 전 매거진을 만들 때와 마찬가지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업”이라며 “거기서 출발한 이야기가 확장돼 진짜 우리만의 연극을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고임생 김임생 홍남진 김현지 이수영 정도선 박진희 홍린 서청란 김영표가 배우로 선다.
구성은 곽효정, 음악 전송이, 조명 감독은 박희연, 음향오퍼레이터는 고윤희, 무대는 이재성, 촬영은 이일구가 맡았다.
공연은 선착순 무료 입장이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