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동물용품점을 운영하는 미국인 도로시 헌터는 흥미로운 도전에 나섭니다.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한 달 동안 반려동물 식품만 먹겠다”고 약속한 뒤 그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했죠. 그는 “반려동물 음식은 영양학적으로 완벽하다. 이 사실을 알리겠다”고 밝혔습니다.
헌터는 그해 6월 22일부터 30일간 개, 고양이가 먹는 사료, 캔, 습식사료만 먹고 각 제품의 재료와 영양성분을 설명합니다. 그는 한 달간 건강했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내 가게, 상품을 홍보하는 게 아니라 그저 동물용 식품의 성분과 신뢰도를 확인하는 도전이었다”고 소감을 밝힙니다.
헌터의 무모한 도전을 두고 식품 연구기관들은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는데요. 동물용 식품은 사람 음식과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겠습니다.
영양 성분부터 달라…장기간 먹으면 해롭다
미국의 동물 사료 연구단체 캐톨로지컬(catological)은 2000여 가지 반려동물 식품의 성분을 분석했습니다.
캐톨로지컬에 따르면 고양이 사료에는 단백질·비타민A·타우린·지방이 다량 들어갑니다. 그 가운데 사람에게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은 비타민A와 지방입니다.
비타민A는 동물의 시력 및 심혈관 조직을 튼튼하게 만드는 영양소입니다. 고양이 사료에 다량 주입된 이 영양소는 사람에겐 중독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캐톨로지컬은 동물 사료를 과다 섭취하면 “메스꺼움, 두통, 시력 저하에 시달린다”고 경고합니다.
고양이의 사료는 기름집니다. 사람이 주 에너지원을 탄수화물에서 얻듯 육식 동물인 고양이들은 깨끗한 지방을 주 에너지원으로 삼기 때문이죠. 가장 흔한 지방인 오메가6 지방산은 고양이 식단에서 필수적입니다.
고양이의 소화기관은 섭취한 지방을 대부분 소비하며 거의 쌓아두지 않습니다. 반면에 인체는 지방을 저장하는 데 유리합니다. 캐톨로지컬은 “오랫동안 고양이 사료를 먹으면 과도한 지방 섭취로 비만을 비롯해 심장·뇌·쓸개 질환에 노출된다”고 지적합니다.
캐톨로지컬은 결론적으로 “고양이 밥을 한입 베어먹을 수 있지만 절대 자주 먹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위생 장담 못해…동물에 양보하세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규정에 따르면 반려동물의 식품도 첨가제 및 병원균 검출량에서 엄격한 기준을 따릅니다. 하지만 FDA는 지난 2014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반려동물 사료는 영양성분 함유량이 달라서 인간에게 부적합하다”고 밝힙니다.
사료업계도 헌터의 도전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식당용 고급 식재료로 반려동물 식품을 만드는 개를위한믿음직한음식(Just Food for Dogs)의 존 테그즈 대변인은 “사료 신뢰도를 높이려는 헌터의 시도는 높이 평가하지만 용납할 수 없는 도전”이라고 평가합니다.
테그즈 대변인은 “영양학적으로 인간에게 균형 잡힌 식단이 아니다”라면서 “재료의 오염 여부도 확신할 수 없다”고 덧붙입니다.
반려동물용 사료는 생각보다 맛있다고 합니다. 특히 고양이용 통조림 뚜껑을 뜯어본 분이라면 고기, 지방이 곁들여진 풍미에 입맛을 다신 경험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동물용 사료는 구성성분이 전혀 다릅니다. 재미로 가끔 맛볼 수는 있지만 자주 먹어선 안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세요.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개st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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