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은 공개하는데…” 박훈, 검사 실명 공개 이유

입력 2020-10-30 16:46 수정 2020-10-30 19:13
박훈 변호사가 지난해 4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민원인실 앞에서 김수민 작가를 대리해 윤지오씨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한 후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박훈 변호사가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팅 회장이 폭로한 ‘검사 술 접대’에 참석한 현직 검사의 이름과 사진을 공개한 이유를 밝혔다. 언론이 관련된 정치인 이름은 공개하면서도 검사들 이름은 공개하지 않아서 자신이 나섰다는 취지다.

박 변호사는 30일 페이스북에 ‘내가 검사 실명한 공개한 까닭’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그는 “김봉현이 술 접대했다고 한 검사 3명 중 2명에 대해 이미 압수수색을 했는데 언론에서 피의 혐의자 검사들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이어 “김봉현 입에서 나오는 정치인들은 거침없이 공개하는데 같은 공직자인 검사들 이름은 왜 공개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기자들이 다 알고 있는 검사들을 말이다”면서 “그들이 나서지 않으니 내가 한 것이다”라고 적었다.

앞서 박 변호사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나 모 검사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했다. 그는 “이 친구가 김봉현이 접대했다는 검사 중 한 명이다. 공익적 차원에서 깐다”며 “날 어찌해보겠다면 그건 전쟁이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나 검사는 라임자산운용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남부지검에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근무했다.

이어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변호사의 글을 공유하고 “큰 사회적 물의가 일어난 사건의 수사 및 감찰대상자이므로 공개의 공익이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국민적 관심이 큰 사항이니만큼 ‘형사사건 공개심의위원회’를 통하여 사실 여부를 밝혀주길 바란다”고 썼다.

한편 라임 사태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김 전 회장은 지난 16일 공개한 옥중 입장문을 통해 “지난해 7월 A변호사를 통해 현직 검사 3명에게 1000만원 상당의 술 접대를 했다”며 “그중 한 명이 라임 수사팀으로 갔다고 검찰에 진술했지만 수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법무부는 감찰에 나섰고 검찰도 수사전담팀을 꾸려 수사 중이다. 수사팀은 최근 A변호사의 사무실과 신원이 특정된 검사 2명의 사무실, 접대 장소로 지목된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룸살롱 등을 잇달아 압수수색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