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들도 한 가정의 가장이고 건장한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토요일만은 양보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최근 잇따른 택배노동자 과로사로 근무환경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택배노동자의 주5일 근무를 가능케 해달라는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29일 ‘택배기사 주 5일(토요휴무) 근무를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자 A씨는 “저는 강산이 두 번 변할 만큼 오랜 시간 택배업계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자기소개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온라인 쇼핑몰이 우리 삶 속 깊숙하게 자리 잡아 택배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이며 생활의 일부가 됐다”며 “항상 편리함 뒤에는 대가가 따른다고, 계속되는 피로 누적과 과로사로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택배기사가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들어서만 10여명 이상이 업무상 과로로 인해 사망했다”며 “대다수 기업과 관공서에 주 5일제 근무를 도입한 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택배업계에서는 다른 나라 이야기로 치부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난해 8월 택배 없는 날을 지정해 택배기사에게 하루 휴무가 주어지게 됐다는 뉴스가 화제를 모은 적 있다”며 “28년 만에 처음 도입되는 특별휴가이며 택배기사들의 사기를 올려주는 계기였다고 떠들어댔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딱 하루를 쉬면서 만감이 교차했고 자괴감마저 느낀 사람이 적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A씨는 “로켓배송, 총알배송 같은 착한 서비스는 단연 대한민국이 최고라고 말할 수 있지만 무한 경쟁 속에서 계속 떨어지는 택배 단가 문제는 심각한 부작용이 된다”며 “저단가 속에서도 수익을 맞추기 위해 더 많은 물량을 배송해야만 하는 택배기사들의 근무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오늘도 묵묵히 배송에 임하고 있는 택배 기사들을 위해 주 5일 근무가 가능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린다”며 “토요일만은 택배기사들의 휴무로 양보를 해주시면 안 되겠느냐”고 호소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이날 택배노동자의 근무환경 개선을 촉구하며 주 5일제 적용을 언급했다. 인권위는 최영애 위원장 명의의 성명에서 “현행법·제도상 택배노동자는 대표적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자영업자’로 간주돼 노동법의 ‘근로자’로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며 “생명과 안전은 인권의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가치이며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조건’은 국제인권조약과 국제적 노동기준 등이 보장하는 모든 노동자가 누려야 할 보편적인 권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사단법인 일과 건강이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택배노동자들은 주6일 근무, 주당 평균 71.3시간, 하루평균 12시간이상 일하는 것으로 나타나 100여년 전의 국제기준조차 무색하게 한다”며 “화물취급 및 분류작업 인원의 충원, 개인별 하루 취급 물량의 적정선 설정, 주 5일제 적용 등 연속되는 장시간 노동에 대한 다양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