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이 해덕파워웨이(해덕)로부터 옵티머스자산운용으로 133억원이 송금된 과정에 관여한 재무 담당 직원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박모 전 해덕 대표가 김재현(50·수감 중) 옵티머스 대표의 부탁에 따라 수표 형식으로 빌려준 이 회삿돈은 결국 옵티머스의 ‘펀드 돌려막기’ 등에 쓰였다는 의혹이 있다. 검찰에 출석한 재무 담당 직원은 박 전 대표로부터 입단속을 지시받았고, 서류 미비 문제를 지적했으나 묵살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주민철)는 이날 해덕 재무회계 담당인 A부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A부장은 지난 5월 박 전 대표의 지시로 경남은행에 140억원의 정기예금을 가입하고 국민은행으로 옮긴 데 관여한 인물이다. 박 전 대표는 이 예금을 담보로 국민은행에서 133억원을 대출 받아 옵티머스 측에 수표로 건넸다.
A부장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대출 실행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박 전 대표에게 문제를 제기했으나 ‘입단속’을 지시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남은행보다 이율이 낮은 국민은행으로 정기예금을 옮기는 점, 대출을 실행하려면 이사회 의결과 의사록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박 전 대표는 “통장을 없애버리고 끝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국민은행에서 이뤄진 133억원의 대출금은 수표 1장으로 인출됐고, 박 전 대표가 옵티머스 측에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옵티머스 측은 박 전 대표나 해덕에 이 돈을 돌려주지 않았고, 해덕은 지난 7월 부산지검 서부지청에 박 전 대표를 특가법상 횡령 등 혐의로 고소했다. 해덕 측은 박 전 대표가 140억원을 횡령해 13억원을 변제했지만 나머지 120억원이 상환되지 않아 상장폐지 위기라는 입장이다.
해덕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박 전 대표는 김 대표로부터 지난 5월 “3일 안에 돌려주겠다”는 부탁을 받고 이 같은 거액을 빌려줬다. 지난 5월은 옵티머스 펀드의 첫 환매연기 사태를 1개월 앞둔 때로, 김 대표가 박 전 대표로부터 ‘돌려막기’를 위해 급전을 대여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검찰은 관련자들의 진술을 통해 박 전 대표가 수표를 인출한 서울 내 국민은행의 한 지점도 특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점은 옵티머스 핵심들이 수표를 꺼내는 곳으로 자주 활용했다는 의혹이 있다. 해덕 측이 이 거래 문제를 놓고 김 대표와 윤석호(43·수감 중) 옵티머스 사내이사 등을 상대로 따지기도 했는데, 누구도 자금 이동 경로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한다.
검찰은 해덕과 옵티머스의 이 같은 거래가 결국 펀드 돌려막기나 사적 유용 성격으로 쓰였는지 확인 중이다. 지난 22일 해덕과 화성산업 등을 압수수색했는데, 박 전 대표가 현재 화성산업의 대표다. 화성산업은 윤석호 옵티머스 사내이사 부부와 연관된 셉틸리언의 자회사이기도 하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