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16일’ 결국 쓰러진 이스타 노조위원장…해법은 안갯속

입력 2020-10-29 16:51 수정 2020-10-29 16:54
29일 단식 16일째 실신해 병원에 호송되고 있는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위원장. 조종사노조 제공

정리해고에 반발해 지난 14일부터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을 시작한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위원장이 29일 실신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계속되는 해고 후폭풍에도 노·사 간 견해차가 평행선을 달리고 중재자는 나타나지 않아 사태 해결의 길은 요원하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에 따르면 16일째 단식 농성 중이던 박이삼 노조위원장은 이날 오전 어지럼증을 호소하다가 실신해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이송됐다. 노조 관계자는 “위원장이 전날부터 상태가 좋지 않았다”며 “관련 검사를 진행한 후 병원에 입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단식 농성자가 쓰러졌지만 해고 사태 해법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노조 측은 회사가 단행한 해고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반면 회사 측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과의 M&A가 무산된 후 재매각을 준비 중인 이스타항공은 “매수 후보자들이 인력 구조조정을 요구해 어쩔 수 없다”며 “무급 순환휴직 등도 논의했었지만 직원들의 찬성률이 낮았다”고 했다. 해고 이후 여러 차례 노사협의회가 열렸지만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조종사 노조는 이날까지 해고자들을 대상으로 노동위 부당해고 구제 신청 참여자 모집했다.

직원들이 8개월간 300억원 규모의 임금을 받지 못한 채 해고된 것도 노사 간 불신을 키우는 요소다. 현재 회사 측은 현금이 없어 주기료, 사무실 임대료 등 다른 비용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직원들은 창업주이자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상직 의원이 사재라도 출연해 체불 임금을 해결하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이 의원은 “이스타항공 지분을 이미 헌납했기 때문에 더 할 게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로선 갈등을 중재하려는 제3자의 개입도 보이지 않는다. 해고 사태에 침묵을 지키던 여당이 지난달 태도를 바꾸고 이 의원에게 ‘창업주 책임론’을 제기했지만, 이 의원 탈당 이후엔 중재 노력마저 중단됐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시정연설 전 비공개 환담에서도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문 대통령에게 이스타항공 해고자 지원을 요구하자, 문 대통령은 “정의당이 소금 같은 역할을 해 달라”며 다소 원론적인 답을 내놓았다.

사실상 회사의 재매각 성사가 유일한 해법처럼 보이지만 이 또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노사 갈등 장기화와 1700억원 규모의 이스타항공 미지급금, 코로나19 여파 등 때문에 애초 이달 말 마무리하려 했던 재매각 일정이 재차 늦춰지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재매각이 잘 안 풀리고 회사가 파산 직전이라 중재자가 없는 한 해법이 안 보인다”며 “장기적인 노사 갈등, 부당 해고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