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사천의 한 장애 전담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들이 아이들을 학대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부모는 핏자국이 남은 아이의 상처 사진을 공개하고 국민청원을 통해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19일 ‘경남 사천 장애 어린이집의 잔혹한 학대’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해당 어린이집에 5살 아들을 5개월간 등원시켰다는 엄마 A씨가 써 내려간 청원이다. 그는 “아이가 무차별 폭행을 당하고 있었던 것을 몰랐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진다”며 말문을 열었다.
A씨는 “머리에 핏자국이 나서 CCTV를 확인하니 아들이 종일 볼텐트에 들어가 있더라. 누가 부르지도, 찾지도 않았다”며 “교사들은 각자 휴대전화만 보고 차 마시고 과제 시간에는 사진만 찍고 끝냈다. 간식 시간에는 목을 비틀어가며 물 한 잔 주지 않고 주먹밥을 먹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밥 시간에는 손등을 때리고 삿대질을 해가며 억지로 밥을 먹였다. 경찰 조사를 의뢰했더니 결과는 더 충격적”이라며 “아들은 밥을 안 먹는다고 맞았고 잠을 안 잔다고 맞았다. 자기(교사)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고 때렸으며 기분이 나쁘면 아이의 귀를 잡아당기기도 했다”고 썼다.
또 “언어 치료실에 가둬놓고 손으로 아이 머리를 수차례 때리다가도 분이 안 풀려 컵 모서리로 아이 머리를 수차례 내리찍었다”며 “아이는 두려움에 벌벌 떨며 그 악마의 지시에 따랐다. 말도 못 하고 걷지 못하는 제 아이는 그저 귀찮은 존재로 여겨지며 폭행을 견디고 매일매일 숨어 지내야 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지른 악마 같은 교사와 다 알고도 묵인한 어린이집 원장, 맞는 것을 보고도 신고하지 않은 같은 반 교사 두명이 강력한 처벌을 받기 바란다”며 “드러난 죄가 처음이라는 이유로 불구속 수사를 받거나 집행유예, 벌금형 같은 경범죄로 치부되지 않도록 작은 힘이라도 모아 달라”고 말했다.
29일 뉴시스에 따르면 A씨의 5살 난 아들 B군은 뇌병변장애 2급을 앓고 있다. 성장 속도가 느려 또래보다 체구도 작다. 현재 말을 할 수 없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태어났을 때부터 호흡곤란 증상을 보였다. 지난해까지 재활치료를 받았는데 말은 여전히 못 하고 걷는 건 한 달 전부터 조금씩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A씨는 지난달 15일 아들의 머리에서 상처를 발견했고 같은 달 22일 어린이집 측에 CCTV 영상을 요청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교사들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직접 확인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는 마음이었다고 그는 전했다. 이후 어린이집 측은 약 2주가 흐른 지난 5일에야 CCTV 영상 일부를 공개했고, 이때 한 교사가 B군의 손등을 때리는 모습 등을 포착했다.
수상함을 느낀 A씨는 이튿날 경찰에 신고했다. 본격 수사가 시작되자 어린이집 측이 제공하지 않았던 나머지 CCTV 영상이 드러났고, A씨가 주장한 학대 정황은 여기에 담겨있었다. 그는 “아이가 말을 못하기 때문에 어차피 집에서도 모를 거라고 생각한 것 같다”며 “어느 순간부터 학대가 일상이 돼 있더라”고 분노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어린이집 원장을 포함한 관계자들은 A씨 가족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원장은) 처음부터 ‘내 잘못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핑계를 댔다”며 “자기가 감기에 걸려 미열이 났는데, 아이 옆에 가는 게 걱정돼서 그랬다는 식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해당 교사는 B군을 한동안 방치한 이유를 말하면서 “밖에서 불러도 본인이 안 나오는데 어떻게 하느냐” “내가 끌고 나가야 하느냐” “아이를 한명만 돌보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하느냐”는 취지의 반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다른 아이들도 맞지 않았을 뿐이지 모두 방치돼 있던 것은 마찬가지”라며 “방치도 또 다른 학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컵에 맞고 있는 장면이 떠올라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 아이 역시 극도의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A씨가 작성한 청원은 이날 오후 4시 기준 1만2904명의 동의를 받았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추가 진술을 접수했으며 이번 주 안에 해당 교사 등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