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먹는 제주관광공사, 결국 대도민 사과

입력 2020-10-29 15:30
제주관광공사 전경

잇단 경영 실패로 수백억대 적자를 기록하며 창립 이후 최대 경영 위기를 맞은 제주관광공사가 결국 대도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현창행 사장 직무대행과 임원들은 29일 제주웰컴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 도민 사회에 드린 상처와 상실감에 진심 어린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뼈를 깎는 각오로 경영혁신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현 직무대행은 공사의 재무구조 개선 방안으로 △지정 면세점(중문 내국인 면세점) 경쟁력 강화 △노형오거리 토지 자산 활용 △외부전문가의 경영진단, 경영전략 수립 등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제주관광공사는 제5대 사장 내정자 임명이 결정되면 새로운 조직 문화로 도민 신뢰를 회복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제주관광공사는 창립 이후 최대 경영 위기를 맞고 있다. 2016년 외국인 전용 시내면세점에 진출했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 문제에 따른 관광객 감소로 현재까지 26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로 경영이 어려워지자 제주도로부터 인건비 등 운영자금 127억원을 지원받았다.

지난 4월에는 사업 부진으로 제주신화월드 내 외국인 전용 시내면세점을 완전히 철수했다. 제주항에 있는 출국장 면세점에도 95억원 가량 투자했지만 크루즈 입항이 끊기면서 운영이 중단됐다.

이 같은 실적 부진과 잇단 경영 실패로 제주관광공사는 행정안전부가 전국 249개 지방 공기업을 상대로 진행한 2019년도 경영실적 평가에서 ‘라’등급이라는 부실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는 전국 7개 관광공사 중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제주공사의 경영평가는 2017년 ‘나’, 2018년 ‘다’에서 2019년 ‘라’로 매해 한단계씩 추락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주공사의 고위직 평균 임금은 전국 7개 관광공사 중 경기관광공사에 이어 두번째 높은 것으로 조사돼 비판 여론이 일었다.

최근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제주관광공사의 방만한 경영에 대한 질타와 함께 인원 감축을 포함한 구조 조정, 조직 개편, 공사 해체 등 초강수의 환골탈태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지난 15일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회의에서 문경운 도의원은 "2008년 공사 출범 이후 올해까지 자본금 출자를 포함해 투입된 예산은 1548억원으로 제주도의 재정적 지원없이는 회생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질타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