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 책임” “신나게 해야”…‘연패팀’ 감독들의 말말

입력 2020-10-29 15:15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 한국배구연맹 제공

“결과는 감독이 책임지는 것이다(신영철 감독).” “신나게 하고 나오면 감독으로서 바랄 것 없다.(고희진 감독).”

남자 프로배구에서 각각 3연패와 2연패 위기에 빠진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과 삼성화재 고희진 감독이 맞대결을 앞두고 연패 탈출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양 팀 감독은 29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프로배구 V-리그 1라운드 맞대결을 앞두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연패 팀들 간 외나무다리 맞대결답게 이날 경기장엔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고희진 감독은 기자회견장의 많은 취재진을 보며 “역시 서울이라 다르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경기라 많이 온 거란 답변이 나오자 고 감독은 “아 누가 더 연패를 오래 할거냐?”라고 말해 장내에 웃음이 터졌다.

연패에도 고 감독이 다소 유쾌할 수 있었던 건 젊은 선수들 위주의 삼성화재가 패배에도 매 경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외인 바르텍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데다 선수들의 분위기도 좋다. 한국전력과의 첫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뒤 이후 두 경기에서도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 등 강팀들을 만나 쉽게 패하지 않았다.

고 감독은 연패로 자칫 분위기가 쳐질 수 있는 선수들을 먼저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그는 “선수들에게 얘기한 건 이기고 싶은 마음만 앞서면 잘하던 것도 안 된다는 것”이라며 “신나게 재미있게 하고 나오면 감독으로서는 더 바라는 것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우리카드전에 대해선 “작년에 1위를 한 팀이라 쉽지 않다”며 “프론트 오더로 나올 건지, 세터는 이호건인지 하승우인지 몇 가지를 준비하려니까 머리가 아팠다. (신영철 감독이) 초보 감독인 저에게 숙제를 내주셨다”고 경계했다. 이어 “알렉스가 바르텍 앞에 왔을 때, 나경복이 바르텍 앞에 왔을 때 반대쪽에서 어느 정도 해결해줄 수 있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고희진 삼성화재 감독. 한국배구연맹 제공

신영철 감독은 고 감독의 ‘숙제’ 발언에 대해 손사래를 쳤다. 신 감독은 “연습경기 2~3번 다 졌는 데 그럴 것 없다”며 “다만 그 때는 알렉스가 시합을 안 뛰긴 했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리그 1위 우리카드는 삼성화재보다도 상황이 안 좋다. 리그에서 승점 단 1점 만을 획득했고, 3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외인 알렉스는 부상 등 여파로 컨디션이 좋지 않다. 기대를 걸었던 세터 하승우가 난조를 보여 이호건이 교체로 나와야 하기도 했다.

신 감독은 “전반적으로 토털배구, 스피드 배구로 가려고 생각했었다”며 “가긴 가는데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뭔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선수들의 분위기도 문제다. 연패가 더 길어진다면 자신감 하락이 누적될 위기다. 신 감독은 “시합에서 지면 선수들의 자신감이 결여되는 게 문제”라며 “편하게 각자 맡은 역할 하고 결과 신경쓰지 말고 준비했던 것 최선 다 하라고 했다. 결과는 감독이 책임지는 거고 선수들은 어떤 배구를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팀 분위기를 추스렀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