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 J는 고집이 너무 세다. 부모의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만 하려고 몇 시간 울며 떼를 쓴다. 그러면서도 친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수줍음이 너무 심하여 인사도 제대로 못한다. 친구들에게도 다가가 말을 걸지 못하니 친구를 사귀기가 쉽지 않다. 부모는 아이가 말을 안 들으니 훈육을 잘못한 게 아닌가 걱정이 되고 자책을 하게 된다. 그래서 아이를 강하게 야단치고 고집을 꺾으려 시도해봤지만 오히려 고집이 심해져서 걱정이다.
아이들이 처음 고집에 생기는 시기는 만 2세 전후이다. 아이들이 ‘싫어’라는 단어를 하기 시작하면서 자기 주장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이 시기에는 적당한 정도의 한계를 지워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원해도 가질 수 없는 것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고 스스로에 한계를 감지한다. 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도 동시에 느끼면서 무력감과 절망감, 분노감도 경험하게 된다.
훈육이 너무 부족하면 아이는 스스로의 한계의 모르고 자라게 되고 세상의 작동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율과 책임감을 갖기 어려워진다. 반대로 규율과 규칙이 너무 많아 지나친 훈육을 하게 된다면 아이는 수동적이 되기도 하지만 분노감으로 고집을 부리고 지나치게 자기 주장이 강해지고 고집이 세지기도 한다. 이럴 때는 규칙의 수를 최소한 꼭 필요함 만큼 정해서 단호하게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이 좋다. 아이에게 사정을 하거나 보상을 내세워 거래를 하거나 강압적으로 명령, 협박하는 것을 좋지 않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았을 때의 발생하는 결과를 분명히 알려 주고 자신의 욕구를 견디는 힘을 조금씩 길러 나갈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일반적인 경우 외에도 아이가 기질적으로 지나치게 불안이 높거나, 애착의 불안정 등으로 분리불안을 갖고 있는 경우 아이는 무엇이든 겁을 먹고 두려워하면서 고집을 부리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땐 아이의 불안감을 이해해 주고 부모가 옆에서 지켜봐주며 필요할 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믿음을 주면서도 간섭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밖에도 변화에 대한 저항이 심해서 고집을 피우는 유형의 아이들이 있다. 이는 대개는 기질의 영향이 많은데, 감각적으로도 예민하고 독특한 거부감이 있는 아이들이 많다. 그래서 편식도 심하고, 촉각 청각, 후각 등 환경 변화에 이해 할 수 없는 저항을 보이고, 이게 ‘고집’으로 비쳐진다. ‘나는 절대로 야채는 먹지 않아’라고 하면서 기가 막히게 음식에 섞인 야채를 골라내고, 계절이 바뀌어도 이전의 입은 옷만을 고집하고, 새 옷은 입지 않으려 하면서, 옷, 신발이 낡아서 헤져도 익숙한 것만을 고집하여 부모를 힘들게 한다. 이들의 감각적이고 기질적인 특성은 억지로 바꾸려 해서 바뀌는 것이 아니므로 억지로 강요하기 보다는 조금씩 변화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
미리 변화를 예고해 주면서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하자. ‘옷이 점점 낡아가네 곧 구멍도 나고 입기 힘들 수도 있겠어. 그럴 땐 새로운 옷을 입어야 되니, 마음에 드는 걸로 미리 골라 볼까?’ 말해 주고 아이가 고른 옷을 며칠간 옆에 두고 잠을 잔다든가 하면서 익숙해 질 시간을 가져본다. 또 자기가 가진 원칙이나 규칙이 확고한 아이들도 있다. 이들은 예외적인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타협의 여지가 적고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만을 고집한다. 틀린 말을 하는 게 아니므로 논리적으로 논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오히려 자신의 생각에 대한 확고한 믿음만을 더할 뿐이다.
이럴 땐 아이의 생각을 진지하게 들어주자. 그 생각의 오류를 교정 할 사심을 버리고..... 그런 후 타협안을 제시해 보자, 그리고 차츰 아이도 스스로 타협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해보자, 부모가 잘 타협한다면 아이도 타협의 기술의 배워 나갈 것이고, 이를 친구 간에도 적용해 보면서 부족해지기 쉬운 사회성을 키워나갈 수 있다. 또한 부모 자신의 삶의 태도도 돌아볼 일이다. 부모 스스로 원칙이나 규범에 얽매어 자신을 힘들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부모가 먼저 융통성과 유연함을 가져보자.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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