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반체제 인사 ‘여우 사냥’한 중국인 8명, 美서 기소

입력 2020-10-29 14:35
크리스토퍼 레이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28일(현지시간) 법무부 화상 기자회견에서 . 미 법무부는 이날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인 반체제 인사들의 소재를 파악해 중국으로 강제송환하도록 한 혐의로 8명을 기소했다. 레이 국장 오른쪽은 존 디머스 법무부 국가안보 담당 차관보. 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3년 3월 최고지도자에 오른 뒤 곧바로 강력한 반부패 운동을 벌였다. 그 중 하나가 해외로 도망간 부패 관료와 경제 사범을 잡아오는 ‘여우 사냥’ 작전이다.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지휘하에 4인 1조로 이뤄진 팀이 부패 범죄를 저질렀거나 공금을 빼돌리고 외국으로 도피한 관료들을 찾아내 본국으로 잡아들였다. 2014년 7월 시작된 이 작전은 반부패를 내세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반체제 인사들을 겨냥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중국의 여우 사냥 작전을 비판해온 미국이 칼을 빼들었다. 미 법무부는 미국에 거주하는 반체제 인사를 중국으로 송환하기 위해 이들을 감시하고 협박한 혐의로 중국인 8명을 기소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8명 모두 중국 정부의 공작원 역할을 공모한 혐의로 기소됐다.

로이터통신이 확보한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의 타깃은 2010년부터 뉴저지에 거주하고 있는 전직 중국 공무원과 그의 가족이었다. 이 공무원의 신원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 정부는 그가 뇌물을 수수하고 권력 남용 행위에 관여된 것으로 보고 있다. ‘여우 사냥꾼’이라 불리는 송환팀은 해당 공무원에게 중국으로 돌아가거나 목숨을 끊으라고 지속적으로 협박하고 가족들을 감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전 수행을 위해 뉴욕 경찰 출신의 미국인 사설 탐정도 고용했다.

존 디머스 법무부 국가안보 담당 차관보는 화상 브리핑에서 “미국은 우리 영토에서 이런 악질적 행위가 벌어지는 걸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소된 8명이 중국의 불법 공작원으로 활동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되면 최대 5년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

미 법무부의 화상 브리핑에는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도 참석했다. 레이 국장은 “중국의 무법행위들을 묵인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중국이 미국에서 불법 작전을 수행하고 미국인들을 그들의 뜻대로 휘어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레이 국장은 지난 7월에도 여우 사냥 작전을 비판했었다. 그는 워싱턴의 한 싱크탱크가 주최한 강연에서 “시 주석이 반부패운동을 명분으로 여우 사냥을 벌여왔지만 실제로는 정치 라이벌과 반체제 인사 등 위협 인물을 쓸어버리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여우 사냥 대상자로 판단되면 즉시 FBI에 알려달라”고 말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