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근 대검찰청 형사부장(검사장)이 법무부 감찰관실에 파견될 대전지검 검사에게 미리 전화를 걸어 파견 사실을 예고했다는 검찰 내부 증언이 나왔다. 이는 대검 인사 담당자들마저 내용을 모르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에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 느낌”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법무부와 대검의 협의도 없던 상황에서 기밀성이 유지돼야 할 인사 내용이 누설된 부적절한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복현 대전지검 형사3부장은 29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대전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의 수석검사가 법무부 감찰관실로 파견갔다는 소식을 어제 들었다”고 했다. 그는 “들어보니,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이 해당 검사에게 하루 전 미리 전화를 걸었다고 하더라”며 “대검 형사부장께서 법무부 감찰담당관님이랑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인사 관련 사안을 그런 식으로 다룬다는 건 마치 ‘박근혜 정부의 최모씨 인사 농단’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이 검사장은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의 남편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공식화하지 않은 단계에서의 인사 내용이 당사자에게 그대로 전달된 점, 대검 형사부장의 전화가 있었다는 점을 두고 두루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검 형사부장인 이 검사장이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의 옵티머스 무혐의 처분 과정 전반을 들여다볼 수 있는 위치라는 지적도 나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합동감찰을 지시한 내용에 대해 접근할 수 있는 수장이 감찰 파견 검사에게 전화를 한 것만으로도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발표도 안된 비밀 사안에 해당하는 일을 이 검사장이 알았다는 점 역시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한 검찰 간부는 “인사는 기밀성이 유지돼야 하는데, 이걸 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법무부의 인사권 남용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일보 취재 결과 법무부와 대검 정책기획과는 이 파견 인사에 대해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
글을 올린 이 부장검사도 “웃긴 건, 검사 보내라고 법무부 요청과 지시가 있어 경위 파악을 위해서 대검에 알아보려고 애써보니, 막상 대검에서 인사업무를 담당하는 과장께는 모르고 계셨다”고 했다. 그는 “대검 지휘부 보고는 인사와 무관한 형사부장께서 알아서 잘하셨을지 어떨지 궁금증이 절로 난다”고 했다. 이 부장검사는 “왜 굳이 일선 청 성폭력 전담검사를 사전에 소속 청과 상의도 안 하고 억지로 법무부로 데려가서 힘들게 사서들 고생하시라고 하는지 의문이 크다”고 적었다.
이 부장검사는 추 장관이 지난 22일과 26일 연이어 지시한 법무부와 대검의 ‘합동감찰’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 부장검사는 “도대체 규정을 아무리 읽어봐도 ‘합동감찰’이란 게 뭔지 모르겠다”며 “법무부 탈검찰화 한다고 애쓴 게 몇 년째인데, 굳이 일선에서 고생하며 형사사건 처리하는 검사(를) 법무부로 빼가면서까지 끙끙들 하시느니, 의욕과 능력이 넘치시는 분들이 많은 대검 감찰본부께 그냥 확 맡기시는 게 어떨까 싶다”고 썼다.
그는 “마침 오늘 예전 관여했던 고위공직자 뇌물사건이 확정되어 집행 조치도 정리해야 해서 이 정도로 줄이겠다”며 글을 마쳤다. 이 부장검사는 이날 대법원에서 징역 17년형이 확정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수사에 참여했던 검사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