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무시하냐” 여동생 흉기 공격한 60대 오빠

입력 2020-10-29 10:39 수정 2020-10-29 11:19
국민일보DB

자신을 무시하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말다툼 끝에 여동생을 흉기로 찌른 60대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선일)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63)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한 보호관찰과 범행도구 몰수를 명령했다.

서울 중구의 한 슈퍼마켓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A씨는 지난 5월 같은 건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여동생 B씨(48)를 흉기로 수차례 찌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동생 식당에서 술을 마시던 중 동생 남편이 지인들에게 처남인 자신이 슈퍼마켓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자 “부끄럽게 왜 굳이 그런 말을 하냐”며 나무랐다.

이에 B씨가 “오빠가 인생을 똑바로 살지 못해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라며 언성을 높이면서 A씨와 심한 말다툼을 벌였다.

A씨는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 평소 B씨 부부로부터 도움을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잠시 뒤 식당을 나선 A씨는 옷 속에 흉기를 숨기고 돌아와 동생의 가슴을 여러 차례 찔렀지만 동생 남편이 A씨의 몸을 붙잡아 범행을 제지했다. B씨는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에서 A씨는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동생을 찔렀을 뿐 평소 돈독한 관계에 있던 친동생을 죽이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자수했기 때문에 감경받아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는 자신의 행위로 인해 B씨가 사망이라는 결과에 이를 만한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서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적어도 살인의 미필적 고의는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사건 발생 4일 뒤 파출소에 자진 출석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당시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고 죄를 뉘우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아 법률상 형의 감경 사유가 되는 진정한 자수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범죄가 비록 미수에 그쳤다고 해도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고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질타했다.

다만 A씨가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반성하고 있는 점, A씨가 평소 B씨 부부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고 이들이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황금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