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간 6억원 허위보험금 타낸 보험사기꾼, AI가 잡았다

입력 2020-10-29 10:00

중년층 A씨는 2000년대 초반부터 보험사 10여곳에서 여러 건의 보장성 보험을 가입했다. 이후 A씨는 입원을 잘 시켜주는 동네 의원들을 골라 무릎관절염 등을 치료한다며 허위 입원했다. 보험사기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한 보험사에서 1~2건씩만 가입하고, 2주 이내의 단기 입원을 반복하는 등 치밀한 행태도 보였다. A씨는 이런 수법으로 총 6억원의 보험금을 편취했다.

10여년간 보험사기를 쳤던 A씨의 덜미를 잡은 건 바로 인공지능(AI)이었다. 국내 한 보험사가 개발한 보험사기 분석 AI 시스템이 가입 이후 전체 청구건의 입원 치료 패턴을 분석하고, 보험사기와 유사한 부분을 찾아내 최근 적발한 것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보험사기에 생명보험·손해보험 업계가 사기를 예측하고 적발하는 AI 시스템을 잇달아 시행하고 있다. AI가 보험금 청구 내역을 빠르게 분석해 사기 여부를 가려낼 뿐 아니라, 온라인 카페와 블로그, 소셜미디어(SNS) 상에서 사기 공모를 미리 찾아내는 기술도 개발됐다.

금융감독원 제공.

교보생명의 ‘보험사기예측시스템(K-FDS)’은 금융권에서 AI 기반 보험사기 적발 기술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AI가 스스로 보험사기 특징을 학습해 이와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 대상을 찾아내는 등 빠르게 진화하는 보험사기에 대응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 2018년 7월 K-FDS 시범 운영 이후 현재까지 250여건의 보험사기 의심 사례를 적발했다.

KB손해보험은 디지털 보험사기를 예방하기 위한 AI 기반 데이터 분석 시스템인 ‘SMA(Social Media Analytics)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온라인 카페, 블로그, SNS에서도 데이터를 수집해 보험사기를 사전에 적발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고의 접촉 사고를 의미하는 ‘ㄷㅋ(뒷쿵)’ 보험사기 모집공고 등의 데이터를 보험사기 적발 시스템에 반영, 사기 징후를 사전에 파악하겠다는 취지다.

신한생명도 소셜미디어에서 보험사기 징후를 감시하는 분석 시스템을 개발해 가동하고 있다. 블로그와 카페, SNS에서 특정 키워드를 수집·분석하는 기법을 활용해 보험사기 공모 계정을 찾아내는 등의 기능을 한다. 오렌지라이프는 빅데이터, AI 기술을 접목한 보험사기 사전 예측 모델을 지난달 구축했다. 과거 보험사기 사례를 기반으로 다양한 가설을 수립하고, 150여개의 변수를 생성하고, 대·내외 빅데이터를 분석해 사기 여부를 판단하는 식이다.

현대해상도 AI 기반 보험사기 예측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공하는 의료기관 정보와 현대해상이 보유한 정보를 결합해 보험사기 고위험군을 자동 선별한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기존 보험사기 조사업무 방식과 대비하면 탐지 능력이 22배 높아졌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전년 대비 10% 가량 증가한 8809억원이고, 적발 인원은 17% 증가한 9만2538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 평균 254명, 24억원의 보험사기가 적발된 셈이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