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28일(현지시간)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으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USTR은 이날 낸 성명에서 “미국은 WTO의 다음 사무총장으로 한국의 유명희 본부장이 선출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USTR은 “유 본부장은 통상 분야의 진정한 전문가로 통상 교섭과 정책 수립 분야에서 25년 동안 두드러진 경력을 쌓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WTO를 효과적으로 이끄는 데 필요한 모든 기량을 갖췄다”고도 평했다.
USTR은 또 “WTO와 국제 통상은 매우 어려운 시기다. 분쟁 해결 체계가 통제 불능이고 기본적인 투명성의 의무를 지키는 회원국이 너무 없는 시기를 맞아 실전 경험이 있는 진짜 전문가가 이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본부장이 무역 원칙에 따라 WTO 체제를 이끌 적합한 사무총장이라는 극찬을 내놓은 것이다.
앞서 키스 록웰 WTO 대변인은 28일 열린 전체 회원국 대사급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한 대표단이 (회의에서)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의 입후보를 지지할 수 없으며 계속해서 유 본부장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대표단은 미국이었다”고 밝혔었다.
다만 일부에선 미국이 WTO 내 입지를 다지기 위해 의도적으로 유 본부장 지지를 공개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미 유럽연합(EU) 등 다수 회원국들이 나이지리아의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한다고 공개했기 때문에 이에 정면으로 맞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WTO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이 다수의 의사에 반하는 의견을 표명한 만큼 전체 회원국의 의견 일치가 필요한 사무총장 최종 합의 과정에 진통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앞서 WTO의 상소기구 위원 선임을 막아 분쟁해결 기능을 마비시킨 점을 언급하며 “미국이 이 기구의 수장 공석 상태를 수 주에서 수 개월간 연장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블룸버그통신도 “WTO 회원국들이 추천한 후보를 미국이 비토해 WTO 분열의 씨앗을 심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