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임단 젠지는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전통의 강자다. 올해는 스프링 시즌 준우승, 서머 시즌 3위를 기록했다. 지역 대표 선발전을 뚫고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도 참전해 8강에 이름을 올렸다.
젠지 아카데미에서는 ‘제2의 룰러’ ‘제2의 비디디’를 꿈꾸는 유망주들이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번 기사를 통해 소개하는 ‘카리스’ 김홍조는 젠지 아카데미의 에이스로 꼽힌다. 포지션은 미드라이너다. 이미 최상위권 솔로 랭크와 오디션 프로그램 ‘LoL 더 넥스트’ 등을 통해 ‘리그 오브 레전드(LoL)’ 팬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국민일보는 최근 젠지 아카데미를 방문해 김다빈 코치와 김홍조를 만났다. 김 코치에겐 젠지 아카데미의 운영 철학과 방향성 등을 질문했고, 김홍조에겐 플레이스타일 변화 계기 및 앞으로의 목표 등을 물었다.
-(김다빈 코치에게)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젠지 아카데미에서 오프라인 연습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선수들이 1군 콜업 후 바로 적응할 수 있게끔 가르치는 걸 중시한다. 예를 들면 챔피언에 따른 라인전 구도, 라인전 끝난 이후의 움직임 같은 것들이다. 제가 키운 선수가 ‘얘 머리 없다’는 소리는 듣지 않게끔 지도하고 있다.”
-젠지 아카데미와는 어떻게 연을 맺었나.
“2016년 챌린저스 무대에서 한 시즌 동안 선수로 활동했다.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아 바로 군에 입대했다.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 훗날 누군가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열정을 쏟아부었는가’라고 물으면 제대로 답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선수로서 이루지 못한 걸 코치로서 이루고 싶었다. 2018년 전역 후 챌린저스 팀이었던 VSG에 코치로 들어갔고, 이후 젠지와 연이 닿아 아카데미 코치로 입단했다. 지금은 앞선 질문에 ‘후회 없이 쏟아부었다’고 명쾌하게 답할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하고 있다.
-1군과 아카데미 코치의 교육 방법에 차이가 있나.
“1군 선수들의 운영은 정말 타이트하다. 라인전의 질 자체가 다르다. 미세한 차이로 얻은 이득을 극대화한다. 턴이 한 번 넘어오면 아주 집요하게 사용하고, 끝까지 안 내주려 한다. 반면 아카데미는 팀이나 선수 간 체급 차이가 심하다. 라인전을 이기라고 A라는 챔피언을 쥐여줘도 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아카데미끼리 붙으면 라인전 상성을 무시하고 그냥 잘하는 선수가 이긴다.”
-선수를 선별할 때 특히 중요시하는 점이 있나.
“마인드를 중요하게 본다. 똑같은 말을 해도 받아들이는 사람의 귀가 열려있느냐, 닫혀있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온다. 자신의 경력과 경험만을 믿고 타인의 말을 무시하는 선수들이 더러 있다. 우리 아카데미 선수들이 훗날 1군에 데뷔하고, 소기의 성과를 거두더라도 그런 마인드를 가지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서 초심을 강조하는 편이다.”
-올해 LCK 서머 시즌과 롤드컵을 보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정글러 비위를 잘 맞춰주는 팀이 이긴다고 봤다. 주도권을 활용해 정글러가 캠프를 잘 돌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거나, 정글러를 낀 교전에서 이득을 볼 수 있는 팀, 한마디로 정글러 잘 쓰는 팀이 잘하는 팀이다. 그게 롤드컵에서 더 주목받고 있다.
8분경에 협곡의 전령이 등장하지 않나. 그전에 정글러가 얼마만큼 잘 성장했는가, 6레벨을 찍었는가, 1코어 아이템이 나왔는가, 그걸 활용해 스노우볼을 더 굴릴 수 있는가 등이 중요하다. 롤드컵으로 오면서 더 상체 게임 현상이 부각됐다.”
-김 코치가 보는 김홍조는 어떤 선수인가.
“특정 챔피언을 쥐여주고, ‘라인전에서 이 정도 역할을 해달라’고 지시하면 늘 기대치 이상을 해준다. 이것만으로도 팀에 힘을 보태주는 것이다. 이러면 밴픽에서 큰 이득을 본다. 나머지 픽을 활용해 우리만의 승리패턴을 만들 수 있다.
또한 게임 중반부에 허리에서 잘리지 않는다. 교전 상황을 보면 순간 집중력이 좋은 편이다. 다른 선수들이 퇴각할 때 혼자 앞으로 들어가서 크게 이득 보고 나올 때도 있다. 이런 플레이가 안 좋은 결과를 낳을 때도 있지만 저는 좋게 본다.”
-이 자리에 동석하지 않은 나머지 선수들에 대해서도 소개해달라.
“바텀 듀오는 약점으로 지목됐던 라인전 기량이 많이 올라왔다. 긍정적으로 본다. 탑라이너와 정글러는 최근에 입단했다. 그렇지만 본인 역할에 충실하다. 아카데미 선수들의 포텐셜을 터트려 1군 즉시 전력감으로 키우겠다. 팬 여러분의 기대에 보답하겠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저도 선수들과 똑같이 1군 코치로 데뷔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리고 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우리 선수들과 함께 롤드컵을 들어 올리고 싶다. 아마 이 업계에 있는 모두가 같은 꿈을 꾸고 있겠지만.”
-(김홍조에게) 마찬가지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젠지 아카데미의 미드라이너 연습생 ‘카리스’ 김홍조다.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지만 프로게이머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건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였다. 솔로 랭크 마스터 티어를 찍으면 프로 무대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고, 곧 그 점수를 달성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게임에 매진해 겨울방학 때 그랜드 마스터 티어에 도달했다. 손창식 스카우트님의 제의로 이곳에 입단했다.”
-본인의 플레이스타일을 설명한다면.
“원래는 리산드라, 라이즈 등 수동적인 챔피언을 선호했다. 최근엔 이렐리아, 루시안 등 공격적인 챔피언들을 주로 활용하면서 플레이스타일을 바꾸고 있다. 김다빈 코치님께 운영을 배워 사이드 운영도 능숙해졌다.”
-플레이스타일을 바꾼 계기가 있었나.
“지난해에는 라이즈, 리산드라, 코르키 등이 주류 챔피언이었다. ‘라인전에서 반반 구도를 유지하고, 한타 때 뭔가를 해보자’는 마인드가 있었다. 요즘에는 루시안, 오리아나처럼 라인전이 중요하고, 공격적으로 해야 하는 챔피언들이 인기다. 공격적 플레이의 필요성을 실감해 스타일을 바꿨다.”
-롤 모델이 ‘페이커’ 이상혁이었다고 들었다.
“롤 모델은 여전히 ‘페이커’ 선수다. 최근엔 ‘쵸비’ 정지훈 선수의 플레이도 많이 참고한다. ‘쵸비’ 선수의 플레이를 보면 라인전 딜 교환을 자주 이긴다. 항상 CS를 상대 미드라이너보다 앞서는데 라인 주도권도 잡고 있다. ‘사기’라는 생각이 들더라. 라인 관리도 잘하는 것 같다. 귀환 타이밍을 보면 CS를 하나도 안 놓치다시피 한다.”
-아직 프로 데뷔전을 치르지 않았다. 조바심을 느끼진 않나.
“조바심은 없다. 빨리 데뷔하고 싶다는 기대감은 있다.”
-지난해 ‘클로저’ 이주현과 함께 아카데미 양대 산맥으로 불렸다.
“‘클로저’ 선수와는 친분이 있다. 아카데미 교류전도 자주 했고, 솔로 랭크에서도 자주 만나봤다. 올해 ‘클로저’ 선수가 1군 무대에서 활약하는 걸 보며 ‘나도 빨리 경기장에 나서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해엔 저희 둘의 플레이 스타일이 정반대였다. ‘클로저’ 선수가 공격적이었고, 저는 수비적이었다. 이제는 아니다. 여전히 다른 스타일을 추구하긴 한다.”
-올해 LCK 서머 시즌과 롤드컵을 보면서 느낀 바가 있나.
“솔로 랭크를 하다 보면 그레이브즈, 니달리 같은 성장형 정글러들이 자주 나온다. 정글 시야를 확보해 정글러들이 편하게 게임할 수 있도록 도와야 승률이 높다고 본다. 대회도 그런 양상을 보인다.
협곡의 전령이 중요해져서 그런 것 같다. 바텀 듀오가 협곡의 전령 쪽으로 뛰기 시작하던 때부터 지금의 메타가 정립됐다. 요즘 탑에서 레넥톤 같이 포탑 철거 속도가 빠른 챔피언들이 자주 나온다. 협곡의 전령으로 탑 1차 포탑을 부수면 상대 팀으로서는 탑라이너의 움직임과 포탑 철거 속도를 제어하기가 어렵다.
저는 LCK 팀 위주로 롤드컵을 봤다. 세 팀 모두로부터 배울 점이 있었다. 특히 ‘쵸비’ 선수가 갈리오 대 트위스티드 페이트 구도로 붙는 걸 보고 감명을 받았다. 보통 근접 챔피언인 갈리오 쪽이 일방적으로 맞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초반에 상대방의 물약을 전부 소모시키고, 라인 주도권을 잡고, 팀이 바위게를 먹을 수 있게 도와줬다. 그걸 보고 많이 놀랐다.”
-앞으로의 목표는.
“현재로선 1군에 데뷔하는 게 목표다. 최종 목표는 당연히 롤드컵 우승이다. 더 노력하겠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