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인수전 ‘본격화’…누구의 품으로?

입력 2020-10-28 18:48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700여억원 규모의 다목적 대형방제선을 수주했다. 한진중 제공

부산 영도에 있는 한진중공업 매각과 관련해 신탁사와 경영 참여형(PEF) 사모펀드 운용사 등 모두 7곳이 인수 의사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인수전에는 국책은행의 자회사, 한국토지신탁, PEF 등이 대거 도전장을 내밀면서 한진중공업은 5년 만에 채권단 공동 관리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투자은행(IB)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마감된 한진중공업 매각 예비입찰에 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KDBI·케이스톤파트너스), APC PE, NH투자증권-오퍼스 PE, 한국토지신탁 등 7곳이 참여했다. 매각 주관사인 KDB산업은행과 삼일PwC는 조만간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원매자들을 대상으로 실사 기회를 제공할 방침이다.

◇ 한진중공업 인수…4파전으로 압축

입찰 참가자 대부분이 다른 투자자와 연합군을 구성해 인수전에 뛰어들어 4파전을 벌이게 됐다.

유력 인수 후보로 꼽히는 KDB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전문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는 케이스톤파트너스와 손잡았다. NH투자증권은 오퍼스프라이빗에쿼티(PE)와 컨소시엄을 꾸렸고 자회사인 동부건설을 전략적 투자자(SI)로 이름 올린 한국토지신탁과 APC 프라이빗에쿼티(PE) 컨소시엄도 LOI를 제출했다.

이번 한진중공업 인수전에는 매도자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KDBI의 참여다. 지난해 7월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전문 자회사로 설립된 KDBI는 사모펀드(PEF) 비히클(수단)을 이용해 대우건설을 산업은행으로부터 넘겨받는 등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적극적인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엔 두산그룹에서 몇 안 되는 ‘알짜’ 기업으로 평가받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인수전에도 현대중공업과 함께 뛰어든 상황이다.

KDBI가 손잡은 케이스톤파트너스도 구조조정 기업 투자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민간 PEF 운용사다. KDBI는 케이스톤파트너스와의 컨소시엄으로 산업은행의 이른바 ‘셀프매각’ 비판을 피하고 향후 한진중공업 경영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NH투자증권-오퍼스 PE는 공동 조성한 2000억원 규모의 ‘기업 재무 안정 펀드’를, APC PE는 STX그룹의 지주회사인 STX와 흥아해운 등을 인수한 경험을 내세우고 있다. 한국토지신탁은 자회사인 동부건설을 활용한다면 한진중공업의 건설업 부문에서도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10월 부산에 '대신 해모로 센트럴'를 분양했다. 한진중공업 제공

◇ 한진중공업 실적 개선…친수공간으로, 부동산 가치 상승도 기대

이번 예비 입찰에 7곳이나 인수 의사를 보이는 등 흥행한 것은 최근 한진중공업의 실적이 개선됐고 영도 조선소가 친수공간으로써 미래의 부동산 활용 가치가 높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진중공업은 조선과 건설 부문에서 고른 성과를 냈고 당기순손익도 2018년 1조2838억원 적자에서 지난해 3058억원, 올 상반기(1~6월) 643억원 흑자를 내며 회복세를 보였다.

특히 한진중공업의 부산 영도조선소 부지는 친수 공간으로, 이곳을 상업 지역 혹은 아파트 단지로 재개발하면 엄청난 개발 이익이 기대된다. 부산시는 오는 2030년을 목표로 영도구 등에 위치한 공업지역의 재정비를 추진 중이다. 시는 앞으로 한진중공업과 대선조선이 위치한 영도구 일대의 조선기자재업체 다수를 외곽으로 이전해 이 지역을 시민에 돌려준다는 계획을 하고 있다.

부산시의 영도 공업지역 개발 계획. 부산시 제공

◇ 인수 걸림돌은?

매각가 산정 기초가 되는 주가는 올해 초 4000원대에서 이달 7000~8000원대로 올랐다. 당초 채권단 지분 매각 가격은 4000억~5000억원 정도로 예상됐지만, 최근 한진중공업 주가가 뛰며 인수 후보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한진중공업 노조가 사모펀드 단독 인수를 반대하고, 한진중공업이 경비함 등을 건조하는 방위 산업체여서 경영권 인수 시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