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비번 풀어드릴게요, ‘술접대 의혹’ 변호사 폰 4개 제출

입력 2020-10-28 17:58 수정 2020-10-28 20:49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사진=뉴시스

라임자산운용 사건 검사 비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검사 술 접대의 연결고리로 지목된 검찰 출신 A변호사의 휴대전화 여러 개와 차량 GPS 등을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A변호사는 “숨길 것이 없다”며 과거 사용했던 휴대전화까지 비밀번호를 모두 풀어서 검찰에 제출했다고 한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A변호사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검찰은 김 전 회장 진술의 신빙성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검사 향응·수수 사건 수사전담팀(팀장 김락현 형사6부장)은 지난 21일 A변호사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 4대를 확보했다. 일각에서는 A변호사가 지난 2월 휴대전화를 분실했고 최근 사용한 휴대전화만 제출해 검찰에서 유의미한 증거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하지만 A변호사는 과거에 사용하던 휴대전화까지 총 4대를 모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A변호사 차량의 GPS 기록과 사무실 컴퓨터, 노트북도 확보해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남부지검은 김 전 회장이 술 접대 대상으로 지목한 검사 2명의 사무실과 자택 등을 최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휴대전화 등을 포렌식해 관련 증거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특수수사에 정통한 한 부장검사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수사가 아니다”며 “3명의 휴대전화와 검찰청 출입기록, 내부망 접속기록, 차량 GPS 등을 분석해 동선을 비교하면 간단하게 풀린다”고 말했다.

검찰은 접대 장소로 지목된 서울 강남구 청담동 F룸살롱도 이날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지난 4월 21일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의 뇌물 혐의와 관련해 F룸살롱을 압수수색해 종업원 B씨의 휴대전화를 확보한 바 있다. 이때 B씨의 휴대전화에서 술값 내역과 날짜가 적힌 영수증을 찍어놓은 사진이 발견돼 김 전 행정관에게 뇌물수수 등 혐의를 적용하는 데 핵심 증거로 쓰였다. 김 전 행정관은 금융감독원 검사역을 통해 건네받은 라임 검사계획서 등을 김 전 회장에게 전달하고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당시 수사팀은 압수수색에서 룸살롱 장부와 명함 등 또 다른 유의미한 자료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법무부 감찰 조사에서 검사들이 술자리에서 명함도 주고받았다고 진술했었다. 검찰은 전방위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서 접대가 이뤄졌을 만한 날짜를 압축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의 지인들은 이 같은 폭로가 오랜 친구인 김 전 행정관이 실형을 선고받은 데 대한 악감정 때문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실제 김 전 회장의 옥중 편지에는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김 전 행정관이) 이런 처지에 이르렀다”며 “라임 사태 원흉으로 둔갑시켜 4년 중형이 선고됐다”는 대목이 나온다. 김 전 회장은 본인이 라임의 전주(錢主)로 지목된 것에 대한 억울함도 거듭 주장하고 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