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방역 예산 지원 못 받는 ‘코세페’ 성공 가능할까

입력 2020-10-28 18:01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로 불리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이하 코세페)’가 딜레마에 빠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복병을 극복해야 하는데 오프라인 행사를 배제하기가 힘들다. 참여 지자체의 76.5%가 오프라인 행사를 추진 중이다. 중소업체 특성을 고려할 때 100% 온라인으로 행사를 진행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철저한 방역이 필요하지만 정부 예산으로는 방역을 지원할 방도가 없다. 자칫하다가는 4년 간 이어 온 판매액 신장 기록이 코로나19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들 목매는 사상최대 ‘코세페’
이번 코세페에는 ‘역대 최대 규모’라는 타이틀이 달려 있다. 2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다음 달 1~15일 열리는 행사에 27일 기준 1546개 업체가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사상 처음으로 서울시를 비롯한 17개 특·광역 시·도가 모두 참여하는 점도 특징이다. 코세페가 코로나19로 침체된 소비를 반전할 수 있는 기회라는 판단이 반영됐다.

과거 실적을 보면 기대감을 가져 볼 만 하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코세페는 매년 일일 판매액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첫 행사가 열린 2016년에는 주요 100개 참여 업체의 일일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12.5% 증가했다. 이 기록은 매년 갱신됐다. 경기 침체로 소비자물가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지난해조차 코세페 기간 일일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5%나 급등했다.

코로나19가 걸림돌…방역 쉽지 않아
문제는 예년과 달라진 상황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을 꺼리는 이들이 늘었다. 온라인 행사만 진행한다면 극복할 수 있는 일이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통업계 구조 상 힘든 부분이 있다. 화장품이 대표적인 사례다. 산업부 관계자는 “예를 들어 아모레퍼시픽 등 대형 화장품 회사가 온라인 할인 행사를 하면 자사 소매점에 타격이 크다. 때문에 오프라인만 가능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전통시장과 같은 지역 소상공인의 사정도 비슷하다. 올해 코세페에 참여하는 17개 특·광역 시·도 중 광주·울산광역시 경북도 제주도 4곳을 제외한 13곳이 오프라인 행사를 기획했다.

그만큼 방역이 중요하지만 정부가 지원할 방도가 없다. 올해 코세페 예산은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해 48억3900만원이 책정돼 있지만 거의 다 소진해 예산이 없다. 결국 업체의 자율 방역 노력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각 업체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철저히 방역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