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재판은 그동안 사회적으로 문제된 검사와 스폰서 관계가 2020년 지금 검찰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가 하는 질문도 함께 던지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부 재판장인 정준영 부장판사는 2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전 차관은 지난해 11월 1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이날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벌금 500만원과 추징금 4300여만원도 부과했다.
김 전 차관의 운명을 가른 쟁점은 사업가 최모씨에게서 2000년 10월부터 2011년 5월까지 10여년간 받은 4300여만원 상당의 상품권·카드대납액 등에 대해 뇌물죄 성립요건인 직무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1심은 최씨가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기간 동안 김 전 차관의 도움이 필요한 구체적인 사건이 없었다고 봤다. 아울러 최씨가 ‘현직 검사와 친해지면 형사사건에서 도움을 얻을 측면이 없다고 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도 막연하고 추상적인 기대에 불과하다고 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최씨가 1999년 뇌물공여 사건으로 유죄를 받은 뒤, 현직 검사였던 김 전 차관에게 경제적 이익을 주고 자신의 사업에 대해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 도움을 얻겠다는 구체적인 의사가 있었다고 봤다. 공소시효 문제도 없다고 판단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수뢰액이 3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일 경우 공소시효는 10년이다. 항소심은 최씨가 김 전 차관에게 10여년간 단일한 의사로 뇌물을 제공했고, 범행이 종료된 2011년 5월부터 10년 뒤 공소시효가 끝난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별장 성접대’ 혐의는 1심과 같이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면소판결했다.
이날 김 전 차관은 “피고인은 최씨에게 사건이 발생하면 다른 검사에게 영향을 행사해 해결하려는 의사를 갖고 있었다”는 대목에서 고개를 떨궜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이 무죄가 되면 검사와 스폰서 관계를 불법이 아니라고 인정하는 셈”이라며 “재판부 판단대로 직무관련성을 넓게 봐야 하는 사건이 맞는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