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 로비 없다”→“돈 문제 2가지 뿐”… 옵티머스 로비 규명 속도

입력 2020-10-28 16:50
지난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의 문이 닫혀있는 모습. 연합뉴스


옵티머스자산운용이 부실 사태를 숨기기 위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여러 경로의 로비를 시도한 정황들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김재현(50·수감 중) 옵티머스 대표 측으로부터 2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직 금감원 직원은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옵티머스의 로비스트 중 1명으로 김 대표에게 해당 금감원 직원 접근을 제안했던 김모씨도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당하고 검찰에 출석했다.

김 대표는 이 전직 금감원 직원에게 2000만원이 가지 않았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로비 계획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대체로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자신이 얽힌 금품 로비 문제는 이 전직 금감원 직원, 앞서 검찰 조사를 받은 윤모 전 금감원 국장 2가지뿐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그간 “금품 로비는 전혀 없다”던 주장과 사뭇 달라진 것이기도 하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주민철)는 옵티머스의 로비스트 3인방 중 1명으로 알려진 김모씨의 경기도 시흥 사무실과 주거지를 전날 압수수색했다고 28일 밝혔다. 검찰은 압수수색 직후 김씨를 소환했고, 김씨의 로비 대상이던 전직 금감원 직원 주모씨도 같은 날 불러 조사했다. 현재까지의 수사 결과 김씨는 주씨에게 건네는 명목으로 김 대표로부터 2000만원을 받은 사실이 확인돼 있다. 주씨가 뒷돈을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못한 상태였다.

김 대표와 김씨는 올해 상반기 옵티머스 펀드 문제가 불거지고 금융 당국의 조사가 예상되던 시점에 주씨에게의 접근을 계획했다. 김씨는 김 대표에게 “한번 부탁을 해 보면 어떻겠느냐”고 권했다고 한다. 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주씨를 통해 금감원 검사에서의 편의를 부탁해 보자는 뜻이었다. 김 대표는 주씨를 1차례 직접 만나기도 했다. 다만 이때 대화를 해 보니 주씨가 조심스러운 성격이며 금품 로비가 통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김씨는 다시 전화를 걸어와 “주씨를 통해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재차 권했다. 외부에서 전화를 받은 김 대표는 “있는 대로 가져가 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김씨가 당시 챙긴 돈이 2000만원이었음을 나중에 알게 됐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이 2000만원이 실제 A씨에게 전달됐는지 ‘배달사고’가 났는지는 김씨가 설명할 수 있다는 취지로 검찰 조사 과정에서 진술했다.

김 대표는 “‘돈 문제’는 2가지뿐”라고 주장하고 있다. 윤 전 국장에게 윤석호(43·수감 중) 사내이사가 보낸 2000만원, 주씨에게 자신이 준비한 2000만원 등 금감원 출신들을 향했던 금품 사례를 말한 것이다. 주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옵티머스 사태에 등장한 금감원 인사만 3명이 됐다. 김 대표의 자문 역할을 하고 해덕파워웨이 감사로 일한 금감원 출신 변모씨는 지난 5월 옵티머스 검사 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잘 굴러가는 회사였다. 따뜻한 마음을 갖고 봐 달라”고 말했었다.

구승은 이경원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