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흑우 본래 이름 달고 소비자 찾아간다

입력 2020-10-28 16:41
제주도축산진흥원 재래가축장에서 사육 중인 제주 흑우의 모습.

유통단계에서 ‘한우’로만 표기되던 제주흑우가 앞으로는 ‘한우(제주흑우)’ 명칭으로 소비자들을 찾아간다.

상품 단계에서 ‘흑우’를 구분할 수 있도록 품종 표기가 세분화되면서 제주 토종 소인 제주흑우의 산업화에 한층 힘이 실리게 됐다.

제주대학교 분자생명공학부 박세필 교수는 28일 제주대 공동실험실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지난 9월부터 ‘소도체 등급판정결과’에 ‘제주흑우’를 표기하도록 했다”며 “유전자와 육질 분석을 통해 유통·소비단계에서 별도의 표기가 없던 ‘제주흑우’의 품종 표기를 추진함으로써 제주흑우 산업화 중 전주기 관리의 최종 단계인 유통 단계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소했다”고 밝혔다.

제주흑우는 고려·조선시대 정규 진상품으로 나라의 주요 제사 때 제향품으로 쓰이며 귀한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일본이 ‘일본소는 흑색, 한국 소는 적갈색(황색)’이란 한우표준법을 제정하면서 고유한 지위를 상실했다.

1980년대 이후 육량 위주의 소 산업 정책도 몸집이 작고 육량이 적은 제주흑우의 도태를 이끌었다.

그러다 2004년 국제식량농업기구(FAO)의 한우 품종 계통에 제주 흑우가 내륙흑우, 칡소, 백우와 함께 공식등록되며 명맥을 유지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제주 흑우는 그동안 도축증명서에는 제주흑우로 표기되면서도 정작 유통소비단계에서 중요한 등급판정확인서에는 단순 한우 또는 육우로만 표기돼 왔다.

박세필 교수는 제주 흑우의 유전자와 육질 특성 분석 결과를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에 제출해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해주도록 건의했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구입단계에서 ‘제주 흑우’를 인지할 수 있게 됨으로써 앞으로 제주흑우의 신시장 개척 등 산업화에 청신호가 켜지게 됐다.

박 교수는 “농식품부와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지원으로 제주대 제주흑우연구센터가 출범한 이후 제주흑우 표기의 일관성이 관련 산업 발전에 필요하다고 판단해 유전자와 육질 분석 등 연구를 진행했고, 관계 기관의 협력을 통해 소비·유통 단계에 흑우 품종으로 표기되도록 개선했다”고 말했다.

특히 “제주흑우가 일제 강점기 흑우에서 제외된 지 82년 만에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며 “제주흑우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가 높아져 소비가 촉진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우 생산자와 유통업자는 전산화 돼있는 ‘거래증명종합포털’ 시스템을 통해 ‘제주흑우’ 정보를 조회하고, 제주흑우 명칭을 상품에 표기할 수 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