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전세대란 등 부동산시장의 난맥상을 과도기적 상황인 ‘데드 포인트(사점·Dead Point)’에 빗대며 ‘세컨드 윈드(Second Wind)’를 앞당길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정책이 정착되는 과정에서 과도기적 상황인 사점을 조기에 통과하고 세컨드 윈드를 앞당겨 맞이하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데드 포인트’와 ‘세컨드 윈드’는 마라톤에서 주로 쓰는 용어다. 데드 포인트는 마라톤 도중 숨이 곧 넘어갈 정도로 한계에 이르는 구간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고비를 잘 넘기면 통증이 사라지면서 편안한 상태를 회복하게 되는데, 이를 세컨드 윈드라고 한다. 통상 데드 포인트를 잘 극복해야 성공적으로 완주할 수 있다고 본다. 즉, 홍 부총리는 현재 상황이 임대차3법에 의한 시장 안정이 자리 잡기 전 과도기적 상황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서울의 전세 가격 변동률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10월 1주부터 3주 연속 서울 전세 가격 변동률은 전주 대비 0.08% 상승세를 이어갔고, 강남4구 전세가격 상승폭은 2주 연속 이보다 더 큰 0.10% 상승을 기록했다.
홍 부총리는 또 정책 외 다양한 요인이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금리 기조 등 정책요인과 가을 이사철 계절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4분기 중 수도권과 서울의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예년을 상회하고 있는 수급 측면 요인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공급이 부족하지 않으며, 전세난이 가을 이사철 영향이 크다는 의미다.
그러나 정작 시장에서는 “정부가 여전히 문제의 본질을 모르고 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전세난이 가을 이사철과 금리 인하 때문이면 가을 이사철 전부터 전세 급등이 본격화됐던 것이나 금리 인하 한참 뒤에야 전세난이 시작된 것을 어떻게 설멍할 것이냐”고 지적했다. 그는 “공급 부족 상황에서 갈수록 규제가 심화된 것이 부동산 난맥상의 근본 원인인데, 정부가 제대로 된 원인 진단부터 못 하고 투기꾼 탓, 금리 탓, 계절 탓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토지·건물 지분의 20∼25%만으로 주택을 분양받아 입주하고 이후 20∼30년간 남은 지분을 취득하는 지분적립형 주택을 2023년부터 분양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신재희 이종선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