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순 열사 포함? 공주 영명학교 사진 105년 만에 빛 봤다

입력 2020-10-28 15:46 수정 2020-10-28 15:50
10대시절의 유관순 열사가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공주 영명학교 여학생들 단체사진.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제공

공주 영명학교 재학 시절의 유관순 열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포함된 사진이 100여년 만에 공개됐다.

충남도역사문화연구원은 28일 오후 2시 충남역사박물관에서 ‘충남인의 100년 전 생활상’ 특별 사진전을 개막했다.

다음달 29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특별전은 논산시 출신인 임연철 박사가 ‘이야기 사애리시’를 집필하는 과정에서 기획됐다.

임 박사가 지난해 미국 드루대 감리교 문서보관소를 조사하면서 발견한 다량의 충남 관련 사진자료가 이번 전시회의 배경이 됐다.

캐나다 출신의 사애리시(앨리스 H. 샤프) 여사는 1900년부터 39년 간 공주를 비롯한 충남 지역에서 활동한 감리교 선교사다.

사애리시 여사는 천안 지역에서 선교 활동을 하던 당시 유관순 열사를 만났다. 그는 유 열사를 영명학교에서 교육시킨 뒤 서울 이화학당으로 편입시킨 인물로 유명하다.

전시되는 작품들은 1900년대 초 사애리시 여사를 비롯한 미국 선교사 등이 충남에서 활동하며 촬영한 사진 일부다.

이번 전시는 임 박사가 드루대 자료 열람 중 휴대폰으로 재촬영한 사진,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이 드루대에서 직접 받은 원본을 스캔한 디지털 사진 등 120장을 선보인다. 대부분 이번 특별전을 통해 일반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이다.

재봉틀을 지고 가는 남성.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제공

가장 주목을 끄는 사진은 1915년 7월 영명학교 여학생들과 교사가 함께 찍은 사진이다.

1902년 천안에서 태어난 유 열사는 13세인 1914년 영명학교에 입학했다. 이후 2년 간 영명학교를 다닌 그는 1916년 이화학당 보통과 3학년에 편입한다.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은 이 사진의 촬영 시기가 유 열사의 영명학교 재학 시기와 겹친 것을 바탕으로 해당 사진 속에 유 열사가 담겨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유 열사의 영명학교 입학 및 이화학당 편입을 추천한 사애리시 여사의 모습이 사진 안에 담겨 있는 점도 근거로 내놨다.

민정희 충남역사박물관장은 “1915년은 일반인이 사진을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시기”라며 “학교의 이벤트와도 같았을 단체사진 촬영에 전원이 참가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마침 이 해는 유 열사가 영명학교에 재학하던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열사의 집은 천안이다. 공주 영명학교는 인근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다녔을 것으로 추정되기에 단체사진을 찍는 날 결석했을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형복을 입은 유 열사의 모습과 사진 속 여학생들의 모습 등을 비교했을 때, 특정 인물을 유 열사로 꼽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박병희 충남도역사문화연구원장은 “수형복을 입은 유 열사의 얼굴과 사진 속 학생들 얼굴을 대조한 결과, 유 열사로 추정할 수 있는 인물이 있다는 전문가 답변을 얻었다”고 했다.

이어 “다만 10대 중반에는 얼굴과 체형 변화가 크기 때문에 두 사진의 비교만으로 특정 인물을 유관순 열사로 지목·공개하기에는 곤란한 측면이 있다”며 “추후 과학적인 비교 연구를 통해 유 열사를 찾겠다”고 말했다.

소 발굽에 징을 박는 남성의 모습.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제공

전시는 이밖에 1919년 2월 15일 공주에서 열린 정월대보름 행사, 마을 입구 장승·솟대를 찍은 사진 등도 포함됐다.

유적 사진으로는 공산성 공북루, 공주 옛 충남도청 정문 ‘금남루’, 계룡산 신원사 중악단 등이 있다.

생활 관련 사진은 볍씨 뿌리는 농민, 새참 먹는 농민, 벼 타작 농민, 공주 잡화점, 공주 금강 나룻배, 압록강 인근에서 벤 통나무를 실어 나르는 마차, 승용차를 구경하는 모습 등이 전시됐다.

교육 관련 사진으로는 영명학교 여학생 단체사진 외에도 태극기를 뒤쪽에 세워 놓고 기념사진을 찍는 남학생들의 모습, 기숙사 생활과 식목 행사, 축구와 야구 경기, 수업 모습 등이 담겼다.

공주=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