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낙인에 이탈자 혐오에… 분노 사회” K방역의 역설

입력 2020-10-28 14:03 수정 2020-10-28 16:02

유명순(51)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울분 전문가’로 통한다. 독일 사리테대학 마이클 린든 교수가 정립한 울분의 개념을 우리 사회에 접목해 ‘한국의 울분’ 연구를 꾸준히 해왔기 때문이다. 갑질과 특혜, 불공정과 관련한 기사가 쏟아지면서 울분이 한국사회의 지배적 감정 중 하나로 떠오르며 주목받았다.

유 교수는 코로나19 발생 직후부터 총 18번의 코로나19 위험인식조사를 진행했다. 전 국민과 서울시민,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하는 조사 외에도 확진자와 접촉자, 치료와 방역 업무를 하는 보건의료 인력들을 상대로 조사가 이뤄졌다. 국립보건원 원장을 지낸 서울대 의대 박도준 교수는 유 교수를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국민들의 정서변화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전문가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외국에서도 미국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나 캐나다 몬트리올대학교 행동의학연구소 정도가 조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이렇게 매달 자료를 쌓은 곳은 드물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방역은 협치”라고 말했다. “당국이 어떤 의사결정을 내리느냐, 언론은 어떤 정보를 전달하느냐, 시민사회가 어떻게 대처하느냐, 그 ‘삼합’에 의해 방역에 대한 우리의 태도와 정서가 결정된다.” 최현규 기자

지난 21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난 유 교수에게 위험인식조사를 통해 나타난 코로나19와 한국인의 높은 분노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그는 분노가 혐오와 낙인으로 번지고, 우리 사회의 신뢰를 잠식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서울대 국가전략위원회의 코로나19 포럼 강연을 들었다. 코로나19를 감염재난이 아니라 복합사회재난이라고 정의했는데.

“확진자 숫자가 줄어든다고 국민들이 피해와 상처를 덜 받는 게 아니다. 두 달 반 만에 상황이 종료됐던 메르스 때도 여러 문제의 민낯이 드러났다고 했지만 코로나19만큼은 아니었다. 석 달 후면 코로나19가 국내에 발생한 지 1년이 된다. 방역 자체가 바이러스와 인체라는 생명공학적 관점에서 생계와 생활, 사회적인 삶 전반에 걸쳐진 것으로 전환이 됐다. 코로나는 바이러스를 잡는 것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복지와 교육, 고용, 경제를 아우르는 복합사회재난을 다루는 탁월한 역량이 필요하다.”

-메르스 때도 국민 인식조사를 하지 않았나. 메르스와 코로나19 조사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나.

“무엇보다 방역수칙 준수가 높아졌다. 마스크 쓰기를 예로 들면 9월 조사에서 98.2%가 마스크 쓰기를 실천하고 있다고 답했다. 3월부터 90%를 넘어섰고 이후 여름철에도 꾸준히 95%를 넘었다. 우리나라의 높은 마스크 착용에 대해 유교문화라 당국의 권위에 순종하기 때문이라는 식의 문화론적 해석에 썩 동의하지 않는다. 통계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 건 주관적이고 적극적인 믿음이다.”

-주관적인 믿음이라면.

“굳이 이름을 달자면 한국인들이 굉장히 실용적인 거다. 일단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빠르게 받아들인다. 메르스 이후 5년 사이에 우리가 갑자기 문화적으로 달라졌을 리는 없을 것이다. 어떤 게 제일 효과적이냐, 마스크 쓰기다, 그래서 썼다고 설명하는 편이 맞지 않을까.”

한국인의 울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유명순 교수는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면 보통의 수많은 사람들이 울분 속에 일상을 살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현규 기자

-세계 주요 14개국 국민 중에 한국인들이 코로나 걱정을 가장 많이 한다는 퓨리서치센터의 발표가 있었다. 가장 성공적인 방역을 하고 있는데도 우리가 불안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 조사에서도 코로나에 대한 걱정이 한국인의 사망 원인에서 항상 1위를 차지하는 암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코로나의 치명력이 그렇게 높지 않다고 잘 알려져 있는데도 국민들이 그저 걱정이 많아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확진자 숫자가 줄어도 코로나를 보도하는 정보량은 그렇게 줄지 않는다. 언론을 중심으로 코로나 상황에 주목하게 하고 코로나 영향권 아래 두게 하는 소통방식이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언론의 보도 방식 때문인 건가.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볼 수 있는데, 국민들이 걱정을 하니까 방역 성과가 있다는 역인과의 논리도 얼마든지 있다. 걱정을 하는 편이 걱정을 하지 않는 것보다 개인 예방행위 실천율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게 통계적으로도 입증이 된다. 그러나 언론 외에도 우리가 확진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돌아보면 왜 코로나를 걱정하는지 알 수 있다. 저희 조사에서도 ‘감염이 두렵다’는 응답자가 71.2%인데, ‘확진됐을 때 받을 비난과 피해가 두렵다’는 응답이 66.0%로 낙인에 대한 두려움이 상당히 높게 나타난다. 감염이 되면 공격적인 추적 조사가 이뤄지고, 내 정보가 공개돼 왜 그곳에 갔으며 왜 그렇게 처신했냐는 질타를 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큰 것이다.”

-18번의 위험인식조사에서 어떤 점들이 두드러졌나.

“몇 가지 흥미로운 경향성이 있었다. 퓨리서치센터 조사 결과처럼 우리 국민들은 치명력에 비해 코로나19를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감염되면 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심각하게 생각한다는 게 제일 높아야 되는데 남에게 미치는 영향, 즉 민폐가 되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두 번째는 9개월이 지났지만 일상회복이 절반도 이뤄지지 않았다. 10월 조사에서 일상회복을 못했으면 0점, 이전의 일상을 완전히 회복했으면 100점으로 매겼을 때 평균 48.2점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 저소득층, 주부는 더욱 못 버티고 있고, 직장과 임금 모두 보전이 된다고 응답한 사람은 두 명 중 한 명꼴이다. 그러니까 절반 가까운 나머지 사람들은 손실이 있고, 그 변화가 코로나 블루라는 우울감과 무기력으로 이어지게 된다.

세 번째로 행동에 있어서 마스크 쓰기, 손씻기 같은 개인 예방 수칙은 꽤 잘 이뤄지고 있지만 2m 거리두기, 외출 자제 같은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율은 기대만큼 높아지지 않고 있다. 사회적 실천이 개인적 실천에 못 미치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는 질병관리청을 비롯한 방역당국과 정부에 보내는 국민들의 신뢰를 ‘수직 신뢰’, 주변의 보통 사람들에 대한 신뢰를 ‘수평 신뢰’라고 했을 때 수직 신뢰는 높지만 수평 신뢰는 낮다는 점이다. 문제를 일으키는 확진자나 일탈자가 소수인데도 그들을 주목하다 보니 주변 사람들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고, 나만 홀로 외롭게 코로나와 싸우고 있는 것 같은 분노와 스트레스가 치솟는 것이다.”

-코로나19에 대한 뉴스나 정보를 접했을 때 느끼는 감정 중 분노가 두 번째로 높다는 결과도 특징적이다.

“국민들의 감정에서도 뚜렷한 특징이 나타났다. 불안이 계속 1순위지만 점차 줄어들고 있고, 공포감도 처음에는 높았지만 1월에 비하면 절반 수준으로 훨씬 낮아졌다. 그런데 분노는 쭉 상승한 데다가 두 번의 피크가 있었다. 2월 신천지가 일으킨 폭증 사태, 8월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 이 두 번이 사람들의 분노감을 크게 올라가게 했다.”

-교수님은 울분 연구를 통해 우리는 국민 절반 가까이가 만성적인 울분을 느끼는 ‘울분 사회’라고 설명한 바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분노가 장기적인 울분으로 이어질까.

“울분의 학술적 정의가 자신이 생각할 때 부당하거나 정의롭지 않다고 여기는 일이 생기고, 그로 인해 뚜렷하고 큰 손해나 상실을 맛보게 되며, 그 때문에 공정하리라 여겼던 세상에 대한 믿음이 깨지면서 경험하는 감정을 말한다. 코로나로 일자리를 잃은 실직자들의 울분이 굉장히 높은 건 이미 확인했다. 올해 1월 경기도 안산에서 실직자 1200명을 대상으로 울분 조사를 마쳤다. 위험인식조사에서는 취업할 기회의 문이 닫혀버린 2030 취준생들의 울분이 높게 나타났다. 독박육아를 하게 된 주부들, 그리고 거리두기를 당해버린 사람들, 즉 차별받고 배제된 낙인의 대상들도 중요한 울분 연구의 대상이 될 거라 생각한다. 코로나 역학조사관의 울분에 대해서도 별도로 연구를 시작했다.”


-각각 우울과 분노, 절망을 의미하는 코로나 블루와 코로나 레드, 코로나 블랙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코로나와 울분 연구는 시간이 필요하다. 코로나로 인해 한국사회는 이전보다 공정해졌는지 아니면 불공정해졌는지, 코로나 1년 동안 어떤 부당하고 부정의한 일이 생겼는지 질문해봐야 한다. 지금까지는 주로 코로나 블루와 코로나 앵그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울분에는 우울과 분노에 무기력이 더해진다. 깊게 켜켜이 쌓인 무기력과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돌파구나 출구, 희망이 없는 절망 상태가 분노와 만나는 것이다.”

-올해 울분 조사 결과는 어땠나.

“1월에 한 조사인데 울분 정도가 여전히 높았다. 응답자의 11.9%가 중증 울분으로 나타났고, 만성적이거나 장기적으로 울분감이 쌓여 있는 것까지 포함하면 응답자의 47.3%가 울분 상태였다. 중증 울분만 비교하면 2018년 조사에서는 14.7%, 2017년에는 13.3%였다. 중증 울분으로 분류된 독일인이 2.5%인 걸 감안하면 모든 조사에서 심한 울분을 느끼는 한국인의 비율이 독일의 5배 안팎으로 높은 셈이다.”

-설문으로 돌아가서, 이번 달에 진행된 3차 경기도민 조사에서 코로나19가 한국에게 기회보다 위기라고 대답한 응답자가 많았다(기회 36.6%, 위기 63.4%). 정부가 내세운 K방역이나 언론의 ‘국뽕’ 보도와는 거리가 있었다. 국민들이 우리가 상대적으로 잘하고 있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면서도 여전히 위기라고 보는 이유를 어떻게 분석하나.

“5월 조사 때는 반대로 6대 4로 기회라고 판단했다. 4·15 총선을 무사히 치른 후였는데, 5월 이태원 클럽발(發) 지역사회 확산 이후 역전됐다.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한 9월 조사에서도 서울시의 코로나 대응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대답이 과반을 넘었지만 5월 조사보다 꽤 낮아졌다. 국민들의 평가가 이번 정부는 역시 잘 하고 있어, 이번 정부는 틀렸어, 이런 고정값이 아니라 계속해서 변동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민들의 정부와 방역당국을 향한 수직 신뢰는 여전히 높지만 주변사람에 대한 수평 신뢰가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부에서 위험이 닥쳐오면 내부의 결속력이 강화되고, 통치 집단에 신뢰를 보내게 된다. 우리가 방역당국에 보내는 지속적인 높은 신뢰가 방역 성과에 큰 기여를 했다. 우려되는 건 위기가 장기화될수록 수평 신뢰, 즉 언론과 주변에 대한 신뢰가 중요한데 이 부문의 신뢰가 낮다는 점이다. 방역 당국을 제외하면 나와 내 가족보다 방역에 더 중요하고 방역 성과에 더 기여하는 집단은 없다고 여기는 것이다(표 참조). 한국사회가 코로나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고, 코로나를 통제할 수 없다고 느끼는 비율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변사람을 믿지 못하고 언론을 신뢰하지 못한다면 실낱같은 수직 신뢰만으로 K방역의 성과를 유지하기 힘들다.”


-이번 달 조사에서 ‘코로나19로 도전받고 있는 가치’를 묻는 질문에 사회안전, 경제성장, 건강과 웰빙에 이어 상호신뢰가 네 번째로 꼽혔다. 신뢰와 더불어 그 아래 순위에 있는 포용, 민주주의, 통합도 함께 얘기할 때가 되지 않았나.

“크리스텐슨이라는 노르웨이 학자는 위기관리를 잘하는 국가는 공공부문이 힘이 있고, 정부가 투명하며, 사회적 신뢰가 형성된 나라들이라고 했다. 갈등을 품어줄 수 있는 게 신뢰이고, 재난이 발생했을 때 포용하고 연대하고 협력하는 결속이 필요하다. 그런데 조금만 방역 대열에서 벗어나면 이탈자 내지는 배신자라는 오명을 붙여주게 됐다. 물론 문제를 일으킨 확진자들, 그들의 무책임과 무개념에 대한 분노는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분노를 표출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이 확진자가 되면 그 분노의 대상이 될까봐 사회적 낙인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다. 신뢰가 회복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차별하게 되고 배제하게 된다. 분노와 혐오는 부메랑이 된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우리가 저신뢰사회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조사 결과가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단절과 고립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상호신뢰가 저하되는 건 당연한 결과 아닐까.

“국민들의 분노가 높아지면서 신뢰가 고갈됐던 게 드러나고 더 심해졌다고 본다. 1차 조사에서부터 ‘코로나 대응을 위해 어떤 정책이 바뀌었으면 좋겠습니까’라고 물으면 국민들의 대답은 처벌 강화해라, 엄단해라, 계속 그렇게 나온다. 못 믿을 사람들에 대처하는 방법은 엄벌밖에 없는 거다. 그 이면에는 번 아웃이 있다. 모두가 지친 거다. 그렇다고 외국처럼 자유를 찾아 파티하고 놀러갈 것이냐, 우리 국민들이 그 길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지금 상호신뢰 회복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달 초 이뤄진 코로나19 위험인식조사에서 ‘혐오표현은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에 동의한 응답자가 73.6%에 달했다. 반면 ‘표현 수위는 지나치다고 생각하지만 내용에는 어느 정도 공감한다’에 동의한 비율도 45.6%로 높은 편이었다. 유명순 교수는 이같은 결과에 대해 “코로나와 싸워오는 동안 우리 안에 누적된 부정적 정서의 실체일 수 있다”고 평했다. 최현규 기자

-코로나19로 긴급히 도움을 받을 사람을 묻는 질문에 ‘가족 빼고 1~2명’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아무도 없다’인 것에서도 신뢰가 무너진 각자도생 사회의 면모를 봤다.

“코로나로 새로 불거진 문제도 있겠지만, 한국사회가 늘 갖고 있던 문제가 코로나 때문에 드러나는 게 더 많은 것 같다. 이 문제야말로 그렇다. 사회적 지지의 빈약함을 보여준다.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된다면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인가 물었더니 전 국민 대상 조사에서는 ‘같이 사는 사람과 분리할 별도의 공간이 없다’, 서울시민 대상 조사에서는 ‘내가 할 일을 대신해줄 사람이 없다’는 거였다. 이 두 문제가 갑자기 생긴 것도, 갑자기 해결될 것도 아닐 것이다.”

-혐오 표현 대상 1순위가 ‘중국(인)’ ‘신천지’ ‘자가격리 수칙 위반자’에서 ‘거리두기 미실천자’로 바뀌었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혐오의 대상이 됐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처럼 되는 상황은 우리에게 가장 큰 도전이 될 거다. 피터 홀이라는 학자는 성공적인 사회일수록 부정적 이미지에 대한 낙인을 줄이려고 ‘탈(脫)낙인’을 위해 노력하고 포용하며, 신뢰를 높이려는 다양한 소통 정책을 쓴다고 했다. 좀 더 유연하고 상호신뢰를 고갈시키지 않는 지속가능한 방역 전략은 이런 데서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다. 우리가 지향하는 건 감염자 규모 줄이기뿐만이 아니라 이 위기를 통해서 성공사회가 되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확진자’라는 용어에 대한 문제의식이 새로웠다. ‘확진자라는 새로운 이름’이라고 표현했는데, 확진자라는 표현도 낙인과 차별의 언어가 된다는 것인가.

“영어로는 ‘confirmed case’라고 하지만 우리는 확진자라는 용어를 이전에 쓴 적이 없다. 독감도 에이즈도 메르스도 환자라고 한다. 환자는 의료체계 안에 들어오면서 치료와 돌봄의 대상이자 온정주의적인 대상이 된다. 그런데 확진자라는 이름은 ‘너 왜 감염됐어?’ 일단 책임의 무게가 더 큰 거다. 환자가 아니라 접촉자 추적을 해야 되는 대상으로 통용이 된다. 확진자들에게 앞으로 어떤 부분이 개선됐으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첫째가 환자 인권이었다. 환자로 대해달라는 것이다. 초기에 그분들을 환자라고 불렀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정부의 메시지는 어떤가. 정부의 ‘국민 개개인이 방역 사령관입니다’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 대해 개인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 마땅하냐는 언급을 했는데.

“은연중에 우리가 선택하는 표현, 위기 대응의 언어가 상당한 큰 프레이밍을 한다. 이런 문구는 국민의 경각심을 유지하게 하는 데는 기여하지만 연대나 결속의 관점에서 보면 상호적이지는 않다. 감염을 개인의 탓이나 책임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하면 주변을 향한 낙인이나 두려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도 있다. 쿠오모 미국 뉴욕주지사가 내건 문구는 ‘우리는 연결돼 있습니다(We Are Connected)’였다. 외국이 워낙 코로나 대응 성과가 없었지만 배울 건 배우고 버릴 건 버렸으면 한다.”

-구별 짓고 차별하는 방식보다 포용과 연대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상주의적인 제언이라는 생각도 든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보자. 코로나 초기의 ‘착한 임대인’ 운동이나 광주시민들이 대구 의료진에게 도시락을 보내준 일은 연대와 지지의 예다. 포용을 위해서는 혐오와 낙인을 방지하는 사회적 노력이 더 많아야 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신뢰는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인 낙인을 거두고 그 사람이 당면한 문제가 개인의 능력이나 책임의 문제로 치부되지 않도록 하는 뒷받침이다. 후자는 제도와 정책으로 해결해야 하고, 전자는 사회 통합적인 소통으로 풀어야 한다.”

권혜숙 인터뷰전문기자 hskw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