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검찰? 민주당 ‘이중태도’ 논란

입력 2020-10-28 13:54 수정 2020-10-28 14:04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마친 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28일 라임·옵티머스 사건 수사와 관련해 국민의힘의 특검 요구를 일축하며 “검찰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민주당이 연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끄는 검찰을 믿을 수 없다고 강조해온 상황에서 특검 반대의 근거가 궁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라임·옵티머스 사건이 권력형 게이트라고 국민들 눈에도 보인다면 특검 주장이 생명력을 가질 텐데, 지금 나타나는 상황과 내용을 보면 금융 사기사건”이라며 “특검 사안이 아니라 생명력을 갖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보강된 수사팀에서 신속히 수사해 단죄하면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KBS 라디오에서 “검찰 수사에서 야권 게이트라는 것이 혹시 드러나지 않겠느냐는 우려로 (국민의힘이) 특검을 주장하며 시간을 끄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새로운 수사팀을 꾸려 기획·편파·공작 수사 등 의혹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하는 시점에서 특검은 부적절하다. 검찰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용진 의원도 CBS 라디오에서 “지금 검찰에서 수사를 피하는 것은 아니잖냐”며 “검사라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태도를 믿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검찰에 맡겨야 한다’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은 최근 법사위 대검찰청 국정감사 직후 여당의 반응과는 사뭇 다르다.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27일 한 라디오 방송에 나가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9년 옵티머스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것과 관련, “당연히 중앙지검장에게 보고가 됐어야 하는 사건인데 보고가 정말 안 됐는지, 안 됐다면 왜 안 됐는지를 제대로 봐야 한다. 감찰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김두관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윤석열의 행위는 한마디로 규정할 수 있다. 검찰의 기득권을 지키고 공수처 출범을 막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윤 총장은 우리 시대의 마지막 정치검찰로 기록될 것이다. 더는 검찰 집단의 이익을 위해 몽니를 부리지 말고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민 의원과 김남국 의원, 정청래 의원도 대검 국감 이후 윤 총장을 비판하며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여당 내부에선 윤 총장이 이끄는 현재 검찰을 믿을 수 없기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정당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여권이 라임·옵티머스 특검을 피하기 위해 ‘검찰을 믿어야 한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