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육’ 막말 외교관 여전히 美 공관서 근무

입력 2020-10-28 12:55 수정 2020-10-28 13:26

“인육을 먹고 싶다”는 등 폭언 논란에 휩싸인 미국 주재 공관의 부영사 A씨가 국회 국정감사 지적 이후에도 별다른 인사 조치 없이 여전히 공관 직원들과 근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폭언을 신고한 피해 직원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어 외교부의 피해자 보호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A씨는 최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감에서 직원들에게 폭언을 한 사실이 공개된 이후에도 평소처럼 공관으로 출근하고 있다. 국내 소환 등의 인사 조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주시애틀총영사관은 지난 27일(현지시간) 해명서를 통해 “자체적으로 대응조치를 취했고 외교부 본부가 주도하는 실지감사 등 절차도 진행된 바 있다”며 “관련 절차는 마무리 됐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대응조치를 취했는지 설명하지 않은 채 이쯤에서 이 문제를 끝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A씨의 폭언으로 피해를 입은 직원들은 불안감과 좌절감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와 가해자 간 적극적인 분리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A씨의 폭언을 신고한 직원들은 여전히 그와 같은 층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피해자들은 외교부가 A씨를 한국으로 소환시키지 않은 것에 불만을 표했다고 한다. 주시애틀총영사관에는 총영사 등 외교관과 행정원 약 20명이 근무하고 있다.

A씨의 상습 폭언과 엽기적 발언은 직원들의 신고에 의해 외부에 알려졌다. A씨의폭언을 들은 직원들은 지난해 10월 공관의 한 간부에게 이 같은 사실을 신고했다. 외교부 감사관실 감찰담당관실은 감찰반을 구성해 지난해 11월 말 현지 감사를 벌인 뒤 A씨에게 ‘경고’ 징계를 내렸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20일 국회 국감에서 이 같은 사실을 지적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A씨는 직원들에게 욕설을 하거나 “네가 퇴사하더라도 끝까지 괴롭힐 거다” “이 월급으로 생활이 가능하냐” 등의 폭언을 했다. “인간고기가 너무 맛있을 것 같다, 꼭 인육을 먹어보려고 한다”는 엽기적 발언을 했다는 제보도 있었다고 이 의원은 설명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