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철호 “조국-박형철 라인이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관여”

입력 2020-10-28 11:57 수정 2020-10-28 15:15

지철호(사진)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2018년 전속고발권 폐지는 청와대 경제수석실이 배제된 채 조국-박형철 민정수석실 라인이 주도했다”면서 “경제문제인데 경제가 배제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8월 퇴임한 지 전 부위원장은 “전속고발권이 이대로 폐지되면 검찰이 (기업)잡아서 족치겠다는 것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정부세종청사 부근에서 만난 지 부위원장은 작심한 듯 전속고발권 폐지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전속고발권은 불공정사건의 경우 공정위가 고발해야만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할 수 있는 제도다. 문재인 정부는 공정위의 솜방망이 처벌 등을 문제삼아 전속고발권 폐지를 대선공약으로 내걸었고, 현재 이를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된 상태다. 다음은 일문일답.

-2018년 전속고발권 폐지 논의 당시 왜 제대로 협의하지 못하고 이제와서 문제제기하나.
“2018년1월 부위원장으로 와서 검찰과 논의했고 1차합의를 했다. 그해 4월 입찰담합 등 4개 담합사건에 대해 전속고발권 폐지하는 것으로 해서 당시 홍장표 경제수석에게 보고까지 했다. 그런데 검찰이 돌아서더니 리니언시(담합자진신고감경제도) 정보를 동시에 보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되면 별건수사 등 우려 있어 우리(공정위)가 한달 정도 빨리 보고 주겠다고 했다. 법무부는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가 아니었고, 그 며칠 뒤 (검찰이) 쳐들어왔다.(검찰은 그해 6월 지 전 부위원장이 부위원장 임명 전 중소기업중앙회 감사직을 수행한 것은 불법취업이라고 조사, 기소했다.) 검찰 조사가 시작되면서 직무배제 조치를 당해 관여할 수 없었다.

-직무배제 된 상황에서 공정위와 검찰 간에 전속고발권 폐지가 합의됐다.
“나중에 알아보니 내가 배제되고 난 뒤 청와대 경제수석실도 관여하지 않았다. 반부패 차원에서 조국 민정수석이 관여했다. ‘조국-박형철(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 라인’이 죽 주도했더라. 경제문제인데 경제라인이 배제된 것이다. 민정수석실의 입장은 공정위가 부패했으니 검찰에 권한을 넘겨줘야 한다는 논리와, 검경수사권 조정과정에서 검찰이 조금 섭섭하니 이거라도 주자는 논리였다. 이건 말도 안된다. 경제문제인데 정치적 판단을 한 것이다.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본다.”

-검찰이 리니언시 정보를 받으면 무슨 문제가 우려되나.
“리니언시를 토대로 검찰은 기업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받을 것이다. 영장 토대로 기업 싹 털어갈 것이다. 기업 영업과 기획 쪽 장부 싹 가져가서 탈탈 털어가면 끝이다. 그리고는 잡아다가 족치는 거지. 내가 (취업비리관련해서) 검찰 조사받아보니까 검찰이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도 담합은 공정위가 아닌 법무부가 한다.
“검찰이 미국 사례를 많이 얘기하는데 미국은 환경이 다르다. 거기 법무부에는 경제분석 박사만 40~50명이 된다. 우리는 검사들이 1~2년마다 바뀐다. 전문가가 없다. 담합 조사를 하려면 경제분석이 전제가 되어야 하는데 지금까진 공정위가 다 해줬다. 검찰이 직접하면 시장획정조차 어려울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경쟁법 학자인 미시건대학교 크레인 교수가 이런말을 했다. ”이중 집행기관 시스템은 이론적으로 매력적이지 않고 실제로 완전하지도 않다. 그리고 그런 시스템은 다른 나라에 추천할 만한 것이 아니다.”

-공정위는 검찰과 잘 협의하면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미국도 법무부와 공정위 간에 연락사무소 있지만 조정이 잘 안된다. 그걸 쌍둥이 사냥이라고 한다. 두 기관이 보완이 안된다는 거다. 그리고 검찰은 공정위를 동등한 협상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자기들보다 몇단계 아래 기관으로 본다. 협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구조다.“

-그렇다면 국회에서 어떻게 수정하는게 좋은가.
“지금은 가격담합 등 대부분의 담합사건에 대해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일단은 입찰담합으로만 한정해야 한다. 입찰담합은 입찰에 한정돼 있어 별건수사 우려가 그나마 적다.”

-임기 3년 채우지 왜 5개월 앞두고 나갔나
“내가 자진해서 조성욱 위원장에게 나가겠다고 했다. ’연말에 나가면 내년 업무보고가 중요한데 조직에게 좋지 못하다. 내가 임기를 채우면 후임 부위원장이 현 정부와 함께 일할 시간이 너무 적다’는 이유로 위원장을 설득했다. 그리고 빨리 나가서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점을 얘기하고 싶었다(웃음).

-김상조 전 위원장과 조성욱 위원장 모두 함께 일했다.
“2018년 직무정지 당했을때 김상조 위원장이 몇번이나 사퇴 종용했다. 그때는 힘들고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잘 버틴거 같다. 김 전 위원장은 일을 벌리는 스타일이고 조 위원장은 꼼꼼한 스타일이다. 각자 장단점이 있다.”

-앞으로 어떻게 지낼 예정인가.
“최근 전속고발제 폐지 문제를 담은 ‘독점규제의 역사’라는 책을 냈다. 이건 일부 자료다.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책 더 쓸 것이다. 아내와 여의도(정치권)에는 얼씬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