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스페인 등 ‘자가격리’ 단축…“재확산 도박하나”

입력 2020-10-28 11:19 수정 2020-10-28 11:31
스페인 바르셀로나 시내에서 마스크를 쓰고 앉아 있는 남성. 뉴시스

여전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프랑스와 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자가격리 지침’ 기간을 기존보다 단축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어 논란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피로감이 높아진 가운데 지나치게 긴 자가격리 기간을 현실적으로 줄여 격리 준수를 유도한다는 취지와 달리 재확산을 가속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럽 일부 국가들이 잇따라 코로나19 노출 가능성이 있는 이에게 의무적으로 적용되는 자가격리 기간을 단축했다.

프랑스는 지난달 기존 14일이던 자가격리 기간을 7일로 줄였다. 프랑스 보건당국은 국민들이 2주간에 걸친 격리를 꺼리고 있고, 코로나19 확산 위험은 시간이 가면서 줄어든다는 점을 격리 기간 단축의 이유로 들었다.

벨기에는 역시 지난 1일부터 격리 기간을 기존 14일에서 7일로 줄였다. 그러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거세지자 지난 19일부터 다시 10일로 재조정했다. 스페인도 격리 기간을 10일로 단축한 상태다.

독일도 다음 달 8일부터 격리 기간을 14일에서 10일로 줄일 수 있다는 권고를 내렸다. 다만 실제 시행 여부는 각 주가 판단해서 결정하도록 했다.

영국도 고민 중이다. 영국의 브랜던 루이스 영국 북아일랜드 담당 장관은 지난 25일 영국 정부가 현재 14일인 격리 기간 단축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내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WSJ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기존의 2주 격리 방침을 유지하면서도 학생들에 대해서는 신속한 수업 복귀를 위해 격리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탐색 중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맞서고 있다. 기간 단축에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자가격리 기간을 현실화한 것이 격리 조치를 더 잘 지키게 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의 지난달 연구 결과, 가족 내에 코로나19 증상이 있는 영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약 4분의 1만이 격리를 준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격리 기간 단축이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재확산을 가속하는 ‘도박’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실제 지난달부터 격리 기간을 단축한 프랑스 등에서 신규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새 위기에 돌입한 상태다.

지난 10월 14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방역 대책 관련 인터뷰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WSJ는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감염 확산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WHO는 코로나19에 노출된 이후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의 이른바 잠복기를 이틀에서 14일까지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자 가운데 약 40%는 증상을 보이지 않지만 다른 사람에게 감염시킬 수 있는 만큼 이 잠복기를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증상을 보인 환자의 약 97.5%는 코로나19에 노출된 이후 11.5일 이내에 증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일부 국가의 보건 당국은 절충안으로 격리 중간 즈음인 약 7일이 지난 후 코로나19 검사를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미국 버몬트주의 경우 격리 기간은 14일이지만 격리 1주일 후에 코로나19 검사를 해서 음성이 나오고 증상이 발견되지 않으면 격리를 끝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